주가 뒤의 숫자
한국정보통신, 토스에 내준 카운터가 깎아내린 시총
매출 8,363억원에 순유동자산 2,289억원...토스플레이스 상대 단말기 특허 소송도 기각돼

한국정보통신이 결제 단말기 후발주자 토스플레이스를 상대로 낸 특허 침해 금지 소송이 지난달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기각됐다. 단말기 정전기 방지와 암호화 기술을 베꼈다며 낸 판매 금지 가처분도 효력을 잃었다. 10개월간 이어진 법정 공방은 토스플레이스의 완승으로 끝났다. 연 매출 8,000억원의 1위 사업자가 카운터를 지키려 10년 전 특허를 꺼내 들었지만 수성에 실패했다.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 본사를 둔 한국정보통신은 식당에서 흔히 보는 결제 단말기 "이지체크"의 운영사다. 전국 100만 가맹점을 거느린 오프라인 부가통신업(VAN)의 터줏대감이다. 매장에서 카드를 쓰면 결제 승인을 중계하고 전표를 매입해 수수료를 받는다. 2025년 매출 8,363억원에 순이익 366억원을 올렸고 부채를 갚고도 남는 순유동자산만 2,289억원을 쥐고 있다.
탄탄한 장부 뒤에서 카운터 영토는 무너지고 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골목 상권 자영업자의 폐업이 잇따르는 가운데 토스플레이스가 화면 2개 달린 세련된 흰색 결제 단말기를 앞세워 매장을 빠르게 잠식했다. 한국정보통신이 특허 소송이라는 무리수를 둔 배경이다. 그러나 특허심판원은 한국정보통신의 특허를 두고 이미 "업계에서 널리 사용되는 기술"이라며 무효 결정을 내렸다. 성립하지 않는 권리로 남의 영업을 막을 순 없었다.
매출 성장도 착시에 가깝다. 2014년 2,271억원이던 매출은 온라인 결제대행(PG) 거래액이 더해지며 8,363억원으로 불어났다. 매출의 94%가 결제 용역이지만 대금을 정산하는 PG 사업은 마진이 박하다. 수수료 인하 압박으로 오프라인 수수료율마저 낮아져 8,000억대 매출에도 영업이익률은 5%대에 머물렀다. 2분기 영업이익은 119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 감소했다.
한국정보통신 주가는 2023년 2월 크게 출렁였다.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 도입을 앞두고 비접촉 결제 기술인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 보급 수혜주로 묶이며 주가는 18,330원까지 치솟았다. 단말기 교체로 막대한 수익을 거둘 것이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애플페이 열풍은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디자인과 편의성을 앞세운 토스플레이스의 신형 단말기가 자영업자 카운터를 파고들었다.
현재 주가는 7,870원, 시가총액은 2,947억원이다. 고점 대비 57% 떨어졌고 5년 전 주가(8,580원)보다 낮다. 순유동자산 2,289억원이 시가총액의 78%에 달하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8배에 머물렀고, 시장은 회사가 쥔 현금보다 카운터 주인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한국정보통신의 주가 7,870원에는 시장의 평가가 담겨 있다. 30년간 독점했던 카운터 영토를 핀테크에 내주고 있다는 경고다. 단말기 점유율을 지키지 못하면 곳간의 현금도 주가를 떠받치기 어렵다. 한국정보통신은 지난달 법원의 기각 판결 직후 특허법원에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토스플레이스는 올해 6월 기준 가맹점 37만 곳에 단말기를 공급하며 보급 속도를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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