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뒤의 숫자
필옵틱스 7800억 시총, 유리기판이 현금 소진 메울까
해외 수주 기대로 주가 26% 급등...반년 새 현금 667억원 감소

어제 2.0㎜ 유리기판 실물 공개 소식에 필옵틱스 주가가 26% 치솟으며 시가총액 7,853억원에 올라섰다. “해외 핵심 고객사의 장비 도입이 사실상 확정됐다”는 설명에 시장은 열광했지만 올해 상반기 반도체 장비 매출은 24억 6,000만원에 머물렀다.
경기도 오산에 본사를 둔 필옵틱스는 2008년 광학 장비 국산화를 내걸고 출범해 삼성디스플레이 등에 OLED 레이저 절단 설비를 공급하며 사세를 키웠다. 2020년 배터리 장비 부문을 물적분할해 자회사 필에너지를 세웠고 전기차 투자 열풍을 타고 2024년 연결 매출 4,109억원에 순이익 288억원을 올렸다.
하지만 전기차 수요 둔화와 디스플레이 투자 위축으로 2025년 매출은 1,034억원으로 급감했고 올해 상반기 매출 역시 192억원에 그쳤다. 2분기에는 매출 82억원에 영업손실 152억원을 내며 팔수록 밑지는 구조로 돌아섰고 상반기 누적 영업손실만 205억원에 달했다.
재무제표의 상처는 현금 흐름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2025년 말 1,139억원이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올해 6월 말 471억원으로 반년 만에 667억원 줄었다. 상반기 영업활동으로 빠져나간 현금만 425억원이다. 자회사 필에너지를 합친 연결 차입금은 889억원으로 불어났고 누적 적자는 475억원까지 쌓였다. 모회사 지배주주 순자산은 1,057억원으로 축소됐다. 그런데도 시장에서는 순자산의 7.4배로 평가받고 있다.
시장이 적자를 용인하는 이유는 반도체 유리기판 하나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 확대로 고열을 견디는 유리기판이 차세대 기판으로 부상하고 SKC가 자회사 앱솔릭스에 2,810억원을 투자하자 관련 장비를 갖춘 필옵틱스로 매수세가 몰렸다. 시장은 "TGV 불량률 0ppm"이라는 기술 지표에 기대어 유리기판 장비가 기존 사업의 빈자리를 채워줄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신기술 개발과 대량 양산 발주 사이에는 시간의 간극이 있다.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들의 유리기판 양산 시점은 일러야 2026년 말이나 2027년이다. 시제품 평가를 통과하더라도 곧바로 대규모 발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올해 6월 말 기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수주 잔고는 306억원에 머물러 있고 장비를 납품하고 매출로 반영하기까지는 수개월의 검수도 필요하다.
필옵틱스의 시가총액 7,853억원은 유리기판 양산이 회사의 현금 고갈보다 앞선다는 전제에 기대어 있다. 기술에 대한 기대감과 현실의 현금 유출은 전혀 다른 시계로 흐르며 그 일정이 몇 분기만 지연돼도 부담은 고스란히 회사 몫이다. 분기 82억원의 매출로 매달 빠져나가는 70억원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냉정하게 따져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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