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뒤의 숫자
신세계I&C, 시총 44% 짓누르는 신세계건설 사채
3월 고점 대비 45% 하락...전기차 충전 사업 손실 털고도 1,000억 묶여

지난 3월 신세계I&C 주가는 2만 9,300원까지 뛰었다.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데이터센터 투자가 연일 지면을 채우던 때였다. 신세계그룹이 미국 스타트업과 손잡고 250메가와트(M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발표하자 그룹 유일의 정보기술(IT) 상장사인 신세계I&C에 매수세가 쏠렸다. 유통 전산 부서에 머물던 회사가 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환상은 반년을 가지 못했다. 주가는 1만 6,150원으로 45% 떨어졌다. 신세계I&C는 이마트, 스타벅스, 신세계백화점 매장에 무인 계산대와 결제 단말기를 구축하고 전산망을 운영하는 IT 서비스 회사다. 본사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다. 상반기 매출 3,535억원 가운데 69%인 2,438억원이 이마트와 스타벅스(에스씨케이컴퍼니) 등 그룹 계열사에서 나왔다. 안방에서 거두는 시스템 운영 수수료가 실적의 버팀목이다.
주가를 끌어올린 AI 데이터센터 사업은 실체가 불투명하다. 신세계I&C가 보유한 김포 데이터센터는 연면적 3,560평으로 대규모 모델 학습을 감당하기 어렵고, 250MW급 센터의 운영 주체조차 공시된 바 없다. 신세계I&C 관계자도 데이터센터 운영 주체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선을 그었다. 무리하게 추진한 신사업의 부담은 이미 재무제표에 잡혔다. 이마트 등에서 넘겨받은 전기차 충전 서비스에 294억원을 투입했지만 적자만 쌓였다. 결국 지난해 176억원의 평가손실을 반영하며 순이익을 16% 줄였고, 지난 5월 자산을 매각하며 철수했다.
본업의 현금 창출력은 탄탄하다. 22년간 적자를 낸 해가 없고, 2025년 영업이익은 491억원으로 전년보다 33% 늘었다. 부채비율은 33%에 불과하며 순운전자본은 977억원이다. 전국 마트와 백화점이 가동되는 한 수수료는 매일 계좌로 유입된다. 문제는 이 안정적인 현금이 계열사 지원에 쓰였다는 점이다.
공시된 보고서 주석을 보면 주가가 떨어진 배경이 나온다. 신세계I&C는 본업에서 번 돈으로 부실 계열사를 지원했다. 2024년 1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에 몰린 신세계건설의 사모사채 600억원을 매입했던 신세계I&C는 2025년 4월 신세계건설 대출 특수목적법인(에스이엔씨레버넌트제일차)이 발행한 사모사채 1,000억원을 다시 사들였다. 신세계I&C의 시가총액은 2,258억원이다. 시가총액의 44%에 달하는 1,004억원이 신세계건설 관련 채권으로 묶여 있다.
매장에서 거둔 돈이 계열사의 미분양 부실을 메우는 사내 금고로 쓰이면서 신세계I&C의 주가순자산비율은 0.52배에 머물러 있다. 신세계I&C는 2026년 8월 전기차 충전기 잔여 정산 대금 236억 9,000만원을 받으며 사업 정리를 마쳤고, 이제 재무제표에는 신세계건설 사모사채 1,000억원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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