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뒤의 숫자
시총 835억 대봉엘에스, 송도 사옥과 700억 빚 만기
상반기 매출 627억 역대 최대...2027년 CB 풋옵션과 차입금 694억 도래
대봉엘에스는 22년 동안 단 한 번도 연간 적자를 내지 않았다. 2025년 처음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고 2026년 상반기에도 매출 627억원을 기록하며 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인천과 경기 화성에서 원료의약품과 화장품 소재를 생산하고 피부 임상시험 1위 업체 피엔케이피부임상연구센타를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K뷰티 수출 호조를 타고 상반기 화장품 소재 수출도 52% 늘렸다.
외형은 커졌지만 속사정은 사뭇 다르다. 상반기 매출 627억원 중 직접 만든 제품 매출은 127억원(20.3%)에 그친다. 매출의 58.4%인 366억원은 외부에서 들여와 파는 상품 매출이고 나머지는 피부 임상시험 용역이다. 2024년 9월에는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삭센다 특허 만료를 앞두고 비만치료제 테마 매수세가 몰리며 주가가 2만 6,7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당시 대봉엘에스는 "자체적으로 허가 임상과 출시까지 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주가는 멈추지 않았다. 주가가 정점을 찍던 2024년 9월 6일 회사는 300억원 규모의 제2회 사모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수익률 모두 0%였다. 전환가액은 1만 6,982원으로 높게 결정됐고 주가가 떨어져도 전환가액을 낮춰주는 전환가액 조정 조항은 넣지 않았다.
비만치료제 테마 열기가 식자 주가는 고점 대비 72% 떨어진 7,530원까지 밀렸고 시가총액은 835억원으로 줄었다. 주가가 전환가액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데다 전환가액 조정 조항도 없어 채권자가 주식으로 전환할 유인은 없어졌다. 자본이 될 줄 알았던 전환사채 300억원은 고스란히 갚아야 할 빚이 됐다. 채권자의 조기상환 청구는 2027년 3월 6일부터 시작된다.
대봉엘에스는 전환사채 300억원에 은행 빚을 얹어 송도 연구개발 센터를 지었다. 반기보고서에 적힌 송도 센터의 자산가치는 838억 8,338만원으로 회사 시가총액 835억원을 넘어선다. 건물에 기업은행이 설정한 담보 최고액만 609억원이다. 풋옵션이 시작되고 넉 달 뒤인 2027년 7월 29일에는 기업은행 장기 차입금 394억원의 만기까지 돌아와 2027년에만 694억원의 상환 부담이 집중된다.
송도 센터 준공으로 감가상각비가 늘었고 상반기 이자비용만 18억 9,125만원에 달한다. 2025년 상반기 115억원에 달했던 순이익도 착시에 불과했다. 2025년 상반기 통화선도 거래에서 62억원을 남겨 순이익을 밀어 올렸지만 2026년 상반기에는 28억원의 순손실이 나며 순이익은 23억 9,207만원으로 급감했다. 상반기 영업이익 57억원의 상당 부분이 금융비용과 파생상품 손실로 깎였다.
시장에서 평가받는 대봉엘에스의 주가순자산비율(PBR) 0.48배는 22년 연속 무적자 기록이나 K뷰티 수출 호조를 몰라서가 아니다. 송도 사옥에 묶인 자금과 2027년에 돌아올 700억원 상환 부담의 무게를 먼저 따져본 결과다. 이 전제가 바뀌려면 회사가 송도 센터에서 개량 신약 기술수출이나 고부가 원료의 가시적인 성과로 차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대봉엘에스는 2027년 3월 첫 풋옵션 기일까지 반기 30억원 안팎의 영업현금흐름으로 700억원의 만기를 마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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