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주가 뒤의 숫자

현금 없는 시대 잊힌 CD기...한네트 통장엔 시총 넘는 354억

5년 새 주가 79% 하락...영업이익률 17%에 24년 연속 결산배당

리지

한네트2분

Illustration by Gemini

“지하철역 구석의 현금인출기를 요즘 누가 쓸까.” 모바일 결제가 일상이 되면서 점포 밖 현금인출기(CD)는 대표적인 사양 산업으로 꼽힌다. 증시 반응도 냉담하다. 한네트 주가는 2021년 3월 1만 4,050원에서 현재 2,970원으로 5년 새 79% 떨어졌다. 시가총액도 343억원까지 줄었다.

1990년 국내 최초로 점포 밖 CD기를 설치한 한네트의 실적은 뜻밖이다. 현금 없는 사회라는 흐름에 밀려 당장 적자로 돌아설 것 같지만 실적 흐름은 다르다. 상반기 매출 130억원에 영업이익 22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은 17.3%에 이른다.

실적을 뒷받침하는 배경은 사업 구조 전환에 있다. 상반기 CD기 수수료 매출은 44억원으로 줄었으나 무인화 사업에서 58억원을 벌어 기존 사업(9억원)을 웃도는 1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회사는 “유통 사업자가 비용 절감을 위해 정산 업무를 외주로 돌리면서 시장 규모가 꾸준히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무제표를 뜯어보면 더 이례적인 숫자가 눈에 띈다. 현금과 현금성 자산 327억원에 단기금융상품 27억원을 더한 현금성 자산은 354억원으로 시가총액(343억원)보다 많다. 차입금 82억원을 모두 갚아도 272억원의 순현금이 남는다. 24년 연속 결산배당을 이어온 한네트는 올해도 순이익 36억원 중 21억원(주당 180원, 배당수익률 6.1%)을 배당했다.

주가가 3,000원 아래로 밀려난 데는 2021년 봄의 이상 과열 영향이 크다. 당시 한국은행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 소식에 전국 CD기 망이 거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로 주가는 1만 4,050원, 시가총액은 1,600억원까지 뛰었다. 5년간의 주가 하락은 기존 사업 부진보다 과도하게 부푼 테마 거품이 꺼진 결과에 가깝다.

한네트 주가 (단위=원, 월봉 종가) CBDC 테마 급등 0 5,000 7,500 10,000 12,500 2020 2022 2024 2026 2,240 2,970
월간 종가. 붉은 띠는 한국은행의 디지털화폐 모의실험 소식에 1만 4,000원대까지 치솟았던 구간이다.

부동산 PF 시장 경색으로 금융시장에 경고등이 들어왔지만 한네트는 부채비율 34%의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이 회사를 여전히 디지털화폐 테마주로만 본다. 정책 변수에 흔들리는 변동성 종목으로 여길 뿐 해마다 4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는 이익 창출력에는 눈길을 주지 않는다.

한네트 주가 2,970원에는 현금 이용 감소와 함께 기업 경쟁력도 쇠퇴할 것이라는 비관적 시선이 담겨 있다. CD기 수수료가 줄어드는 가운데 무인화 사업까지 꺾이고 현금이 마른다면 지금 주가는 합당할 수 있다. 하지만 재무제표의 숫자는 다르다. 한네트는 시가총액을 웃도는 354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채 올해도 21억원의 배당금을 주주들에게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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