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뒤의 숫자
22년 흑자 한국단자, 1조 자본 쌓고도 시총은 5700억
2분기 영업익 52% 급감에도 순익은 증가...오너 2세 회사 383억에 인수 뒤 101억 배당
인천 송도에 본사를 둔 한국단자공업은 자동차 전장 부품과 전자제품의 전선을 잇는 초정밀 커넥터를 만든다. 하루 7,000만 개, 연간 260억 개를 생산해 현대차와 기아, 삼성전자에 공급한다. 22년간 단 한 해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2024년 연매출 1조 5,098억원에 순이익 1,425억원을 올렸고 쌓아 올린 자본만 1조 1,618억원에 부채비율은 34%다.
하지만 2026년 2분기 실적은 시장의 기대를 밑돌았다. 2분기 연결 매출은 3,95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78억원으로 51.7% 급감했다. 5월에 새로 편입한 유통 자회사 케이티인터내쇼날 실적을 빼면 본체 매출은 오히려 1% 줄었다. 전기차 수요 둔화 속에 원재료 매입의 74.5%를 차지하는 구리 가격이 36.7% 뛰었지만 납품단가에 제때 반영하지 못했다.
순이익의 흐름은 달랐다. 2분기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는데도 당기순이익은 252억원으로 전년 동기 176억원보다 43.2% 늘었다. 상반기 누적 순이익도 605억원으로 35.3%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엇갈린 원인은 사업보고서 주석 24번과 33번에 나와 있다. 외환이익 218억원과 383억원에 인수한 자회사에서 난 염가매수차익 48억 7,460만원이 공백을 메웠다.
시장이 한국단자를 시가총액 5,735억원, 주가순자산비율 0.49배에 머물게 한 배경에는 지배구조 문제가 있었다. 최대주주 2세 이원준 대표가 지분 80%를 보유했던 개인회사 케이티인터내쇼날과의 내부거래가 갈등을 낳았다. 2025년 한국단자의 본체 영업이익이 25.7% 줄어드는 동안 케이티인터내쇼날은 17.2% 성장했다. 쿼드자산운용이 일감 몰아주기를 문제 삼아 4월 주주대표소송 절차에 착수하자 한국단자는 383억원을 들여 이 회사를 100% 자회사로 인수했다. 회사 측은 공시를 통해 "내부거래의 불확실성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소송 청구가 철회된 뒤 한국단자는 보통주 1주당 1,000원의 중간배당을 결정하며 주주환원에 나섰다. 하지만 22년간 적자 없이 쌓은 자본이 오너 일가 개인회사와의 거래로 얼룩진 기억은 배당 한 번으로 지워지지 않는다. 주가순자산비율 0.49배는 구리값의 일시적 변동보다 회사의 주주환원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담고 있다. 한국단자는 지난 11일 주주들에게 101억원의 중간배당을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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