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주가 뒤의 숫자

대덕, 자회사 주식 팔아 순이익 열 배를 배당했다

시가총액 4,455억...들고 있는 상장 자회사 지분은 1조 5,482억

리지

대덕2분

대덕 주식 한 주는 1만 4,240원이다. 그 한 주 뒤에는 이 회사가 들고 있는 두 상장 자회사, 반도체 칩을 메인보드에 이어 주는 받침판인 패키지기판을 만드는 대덕전자와 휴대전화용 필터를 만드는 와이솔의 주식 4만 7,600원이 붙어 있다. 둘 다 거래소에서 매일 주가가 형성되는 주식인데, 대덕 주가는 그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1972년 세워진 대덕은 인쇄회로기판을 만들던 회사였지만, 2020년 5월 인적분할로 공장은 새로 세운 대덕전자로 넘어갔다. 지주회사로 남은 대덕은 자회사 배당과 경영자문료, 상표권 사용료로 번다.

손에 쥔 것은 대덕전자 주식 1,458만 주와 와이솔 주식 952만 주다. 두 묶음의 오늘 시세는 1조 5,482억원이고 차입금 없는 장부에 금융자산 2,468억원이 더 있지만, 대덕의 시가총액은 4,455억원이다.

연결 재무제표만 보면 대덕은 지금 잘나가는 회사다. 2분기 매출 4,815억원에 영업이익 674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 197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AI 서버에 들어가는 반도체 패키지기판이 팔린 덕이다. 이달 1~20일 나라 전체 반도체 수출도 지난해보다 세 배 넘게 늘었다. 그런데 상반기 연결 순이익 1,091억원 가운데 대덕 주주가 가져가는 것은 315억원이고, 나머지 776억원(71.1%)은 대덕전자와 와이솔의 다른 주주들에게 간다.

올해 상반기 대덕은 자회사 지분을 현금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3월 31일 발행 주식의 7.7%인 자기주식 260만 3,052주를 소각했다. 5월 8일부터 14일까지는 대덕전자 주식 29만 9,489주를 장내에서 팔아 260억원을 받았다.

파는 동안 단가는 8만 1,685원에서 9만 2,209원으로 올랐다. 상반기 전체로는 96만 주를 팔아 862억원을 거뒀고, 판 금액에서 장부가액을 뺀 처분이익이 762억원 남았다. 회사는 매각 목적을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통한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제고에 필요한 자금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공짜는 아니다. 처분이익에 법인세 139억원이 붙었고, 현금배당은 주당 1,155원으로 모두 375억원을 풀었다. 자회사에서 받은 배당 125억원으로는 배당금 375억원을 대지 못해 모자란 돈은 주식 판 대금에서 나왔으니, 지난해 대덕 주주에게 돌아간 순이익의 열 배가 넘는 배당이다. 최대주주 김영재씨는 2022년과 2024년, 올해 3월 두 딸에게 대덕 주식을 100만 주씩 증여했고, 두 딸은 증여세를 연부연납으로 나눠 내며 세무서에 대덕 주식을 담보로 맡겨 뒀다.

대덕 주가 (단위=원, 월봉 종가) 소각과 매각 5,000 10,000 20,000 25,000 2020 2022 2024 2026 8,320 14,620
월봉 종가. 붉은 띠 구간에 대덕은 자기주식 260만 3,052주를 소각하고 대덕전자 주식 96만 주를 장내에서 팔았다.

팔 것은 아직 남아 있다. 사업보고서는 지주회사가 상장 자회사 지분을 30% 아래로 낮출 수 없다고 밝히지만, 2021년 12월 30일 개정법 시행 전부터 거느리던 자회사에는 종전 기준인 20%가 적용된다. 대덕이 대덕전자를 자회사로 둔 것은 2020년 5월이니, 들고 있는 대덕전자 주식 1,458만 주 가운데 20%를 지키는 데는 1,030만 주면 된다.

남는 428만 주는 오늘 시세로 4,300억원이 넘어 대덕 시가총액과 거의 같다. 대덕전자는 안산 공장 증설에 2027년까지 5,400억원가량을 넣고, 7월 20일 이사회는 시설투자를 또 결정했다. 그 돈을 대덕전자가 스스로 대지 못하는 날, 대덕이 팔던 주식은 도로 사야 할 주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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