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뒤의 숫자
도시가스 팔아 엔비디아 샀지만 PBR은 0.59배
상반기 영업이익 87%가 투자에서 나와...오너 일가 지분 65%에 배당 215억

서울 동북부 140만 가구에 도시가스를 독점 공급하는 회사가 이름을 인베니로 바꿨다. 상호를 변경하며 정관에 "자산운용사 구조를 지향하는 투자전문회사"라는 새 사업 목적을 올렸다. 증시에서 기업 밸류업과 저PBR 탈출이 화두로 떠오르자 땅 밑에 가스관을 묻고 요금을 받던 유틸리티 회사가 스스로 투자회사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회사의 모태는 1981년 설립된 극동도시가스다. 서울 성동·동대문·중랑구 등 9개 구와 경기 구리·남양주 일대에 도시가스를 독점 공급하며 40여 년간 성장했다. 회사는 2018년 도시가스 사업을 100% 자회사 예스코로 물적분할하고 존속법인을 지주사로 전환했다. 필수 공공재인 가스 공급은 성장이 정체된 대신 해마다 160억원 안팎의 배당금을 지주사로 보내는 안정적인 현금 공급원이 됐다.
지주사는 가스 요금으로 확보한 현금을 금융시장으로 보냈다. 사업보고서에는 "원칙, 분산, 시간이라는 세 가지 핵심 철학을 바탕으로 시장에 흔들리지 않는 초과수익을 창출하고자 한다"는 운용 전략을 담았다. 맥쿼리인프라, 대신증권, 우리금융지주 같은 고배당 금융상품을 매수했고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SK하이닉스 같은 인공지능 빅테크 주식까지 담았다. 6월 말 기준 회사가 보유한 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은 7,105억원으로 회사 시가총액 3,825억원의 1.9배에 이른다.
영업이익의 구성이 달라졌다. 올해 상반기 연결 영업이익 904억원 가운데 도시가스를 판매해 거둔 이익은 261억원에 그쳤고 나머지 786억원은 금융상품 평가이익과 배당이 반영된 투자 부문에서 발생했다. 영업이익의 87%를 주식과 채권 시장이 좌우하는 구조다. 금융시장이 흔들리자 이익 변동성도 커졌다. 1분기 791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분기 113억원으로 86% 줄었다.
이 같은 공격적인 자산 배분의 중심에는 오너 3세인 구본혁 부회장이 있다. 구 부회장은 5대 1 액면분할과 자사주 소각을 단행하며 "2030년까지 기업가치 1조 원과 투자운용 규모 1조 원"을 목표로 내걸었다. 2025년 결산 배당금도 35% 늘렸지만 배당금 280여억원 가운데 215억원은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을 비롯해 지분 64.79%를 보유한 친인척 일가에 돌아갔다.
회사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공언했지만 주가는 1만 4,570원에 머물러 있다. PBR은 0.59배에 그친다. 유틸리티 주식을 찾는 투자자에게 분기마다 급변하는 투자 손익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빅테크 주식을 매수하려는 투자자도 도시가스 지주사를 거쳐 투자할 이유가 없다. 회사가 목표로 제시한 PBR 1배에 도달하려면 시가총액이 지금보다 2,600억원 더 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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