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주가 뒤의 숫자

디비금융제13호스팩...공모가 2000원 뒤에 숨은 1000원짜리 전환사채

상장 첫날 4,500원에서 2,030원으로 급락...남은 합병 기한 8개월에 발기인 전환 대기 주식 33%

리지

디비금융제13호스팩2분

Illustration by Gemini

2024년 11월 28일 코스닥에 상장한 디비금융제13호스팩 주가는 상장 첫날 4,500원까지 올랐다. 공모가 2,000원의 두 배를 넘겼고 하루 만에 거래대금 2,101억원이 몰렸다. 제품 하나 없는 서류상 회사에 단기 매수세가 쏠린 탓이었다. 1년 10개월이 지난 지금 주가는 2,030원으로 떨어졌다.

디비금융제13호스팩은 DB증권 등 발기인이 비상장 기업을 발굴해 합병하기 위해 2024년 7월 세운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다. 여의도 DB증권빌딩 8층에 주소를 뒀다. 정관상 사업 목적은 "다른 회사와 합병하는 것을 유일한 사업목적으로 한다"뿐이고, 공장도 직원도 없어 매출은 0원이다. 올해 상반기 판매관리비 2,213만원을 썼지만 공모자금 이자수익 2억 1,811만원 덕에 1억 1,950만원 순이익을 냈다.

주가 2,030원은 주당 순자산가치 2,025원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3년 안에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해 문을 닫더라도 공모자금 120억원은 KB국민은행 신탁 계좌에 묶여 있다. 정관에 따라 해산 시 원금에 연 3%대 이자를 얹어 주당 2,080원 안팎을 지급한다. 최근 공모주 시장이 위축되고 합병 실패로 청산하는 스팩이 늘어나면서 시장은 디비금융제13호스팩 주식을 손실 위험이 거의 없는 단기 예금처럼 취급하고 있다.

하지만 재무제표 주석을 열면 다른 계산이 나온다. 디비금융제13호스팩을 세운 DB증권 등 발기주주가 쥔 사모 전환사채 20억 6,800만원이다. 일반 주주는 2,000원에 공모주를 샀다. 하지만 발기인의 전환가액은 1,000원에 그친다. 이 사채가 주식으로 바뀌면 시장에서 실제로 거래되는 주식 수인 유통 주식 수는 633만 2,000주에서 840만주로 32.7% 불어난다. 공모 규모의 6분의 1에 달하는 물량이 주주 가치를 희석한다.

디비금융제13호스팩 주가 (단위=원, 월봉 종가) 상장 첫날 과열 1,900 1,950 2,000 2,100 2,150 2024.11 2025.06 2026.02 2026.09 1,967 2,030
월봉 종가. 붉은 띠는 상장 첫날 장중 4,500원까지 치솟으며 거래대금 2,101억원이 몰린 구간이다.

더 큰 문제는 이해관계가 엇갈린다는 점이다. 해산 시 공모주주는 원리금을 챙긴다. 하지만 발기인의 전환사채는 원금을 건지지 못한다. 반면 부실 기업과 합병해도 상장만 유지하면 발기인은 1,000원에 취득한 주식으로 큰 차익을 얻는다. DB증권 10호스팩과 합병한 레이저 장비 제조업체 한빛레이저는 2차연도 영업이익 예측치가 93억원이었으나 실제 12억원 적자를 냈다. 이후 주가는 1년 만에 절반으로 떨어졌다. DB증권 9호스팩을 거쳐 상장한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제이엔비 역시 상장 첫날 2만 1,550원이던 주가가 1년 만에 4,845원으로 78% 하락했다.

디비금융제13호스팩의 존속 기한 36개월 가운데 이미 22개월이 지났다. 상장 후 30개월 안에 합병 예비심사를 신청하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합병 대상을 확정할 시간은 8개월 남짓 남았다. 기한이 다가올수록 발기인의 헐값 전환사채는 무리한 합병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지금 주가 2,030원에는 안전한 청산 가치만 반영돼 있을 뿐, 기한에 쫓긴 스팩이 어떤 기업을 합병 대상으로 찾아올지에 대한 위험은 반영돼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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