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주가 뒤의 숫자

첫날 4,800원에 거래되던 신한제13호스팩, 관리종목 된 지금은 예치금 수준

6월 말 주당 신탁금 약 2,101원...해산 때 공모주식 보유자에게 배분, 시장 매입가격 보장은 없어

리지

신한제13호스팩3분

Illustration by Gemini

신한제13호스팩은 코스닥에 상장한 2024년 4월 22일 오전 9시 52분 공모가 2,000원의 두 배가 넘는 4,800원에 거래됐다. 이날 장 초반에는 주가가 6,070원까지 올랐다. 2026년 10월 17일 기준 주가는 2,095원이다. 합병 상대의 사업보다 은행에 맡긴 공모자금을 기준으로 평가할 만큼 주가가 낮아졌다.

기업인수목적회사인 스팩은 먼저 상장해 공모자금을 확보한 뒤 비상장기업을 찾아 합병한다. 신한제13호스팩도 공모로 60억원을 조달해 다른 회사와 합병하는 것을 유일한 사업 목적으로 삼고 있다. 주주가 기대할 사업은 합병 상대 회사가 하는 사업으로, 신한제13호스팩 자체는 별도의 영업활동을 하지 않는다.

합병을 마치지 못하고 상장폐지되는 스팩은 늘었다. 2026년 9월 1일 보도 기준으로 그해 상장폐지된 스팩은 20곳, 합병을 최종 완료한 기업은 5곳이었다. 해당 보도에서는 비상장기업의 직상장 선호와 스팩 합병의 절차상 이점 축소를 이런 시장 상황의 배경으로 꼽았다.

신한제13호스팩에 적용되는 합병 기한은 공모대금 납입일인 2024년 4월 15일부터 36개월 이내다. 이 기간 안에 합병등기를 완료해야 하며, 합병을 완료하지 못한 경우 회사의 존속기한은 2027년 4월까지다. 합병등기를 해야 두 회사의 합병이 법적 효력을 갖는다. 신한제13호스팩은 존속기한보다 6개월 앞선 시점까지 합병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한국거래소가 10월 7일 관리종목 지정 우려를 안내한 데 이어 14일 지정 공시를 내면서 신한제13호스팩은 15일부터 관리종목이 됐다. 신한제13호스팩은 합병 상장예비심사청구서 미제출 등을 사유로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회사가 지정 사유를 해소해야 하는 기한은 지정일인 10월 15일부터 1개월 이내다. 회사가 이 기간에도 지정 사유를 해소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한다. 신한제13호스팩은 합병등기 전에 상장폐지되면 정관에 따라 해산하므로 신탁 계약 만기인 2027년 4월 16일 전에도 자금 반환과 남은 재산을 정리하는 청산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합병을 기다리는 동안 신한제13호스팩은 영업에서 손실을 냈지만 이자수익 덕분에 순이익을 냈다. 신한제13호스팩은 2026년 상반기 영업수익이 0원에 그친 데다 급여와 지급수수료 등 영업비용 2,516만원을 반영해 영업손실을 냈다. 반면 회사의 당기순이익은 5,908만원이었다. 회사가 신탁과 정기예금 등 단기금융상품에서 거둔 이자수익은 9,369만원으로 영업비용과 전환사채 이자비용을 웃돌았다.

회사는 운영비를 공모자금에서 곧바로 지출하는 구조로 운영되지 않는다. 회사는 공모로 받은 60억원 전액을 KB국민은행 특정금전신탁에 맡겨 합병등기 전에는 이 신탁금을 운영비로 임의 인출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 회사 운영에는 공모 전 주주들이 납입한 12억원을 사용한다. 회사는 합병 준비에 쓸 자금과 공모주식 보유자에게 반환할 자금을 구분해 두고 있다.

정관 제60조에 따르면 회사는 해산할 때 공모 전 취득분을 신탁금 배분 대상에서 제외한 뒤 공모주식 보유비율에 따라 신탁금을 나눈다. 신탁금을 지급한 뒤에도 회사에 남아 주주에게 분배할 재산이 있으면 그 잔여재산은 정관에 정해진 순서에 따라 배분한다. 공모주식에 지급된 세후 금액이 발행가액에 못 미치면 잔여재산에서 그 부족분을 먼저 지급한다. 공모 전 주주들은 그 뒤 남은 재산을 정관이 정한 순서에 따라 배분받을 수 있다. 공모 전 주주들의 실제 회수액은 남은 자산과 채무, 앞으로 발생할 운영비와 청산비용에 따라 달라진다.

2026년 6월 말 신탁 잔액 63억 239만 9,605원을 공모주식 300만주로 나누면 주당 약 2,101원이다. 주당 약 2,101원은 6월 말 신탁 잔액을 공모주식 수로 나눈 금액으로 세금을 반영한 최종 청산 분배금과는 다르다. 10월 17일 기준 주가 2,095원은 6월 말 주당 신탁금보다 약 6원 낮다. 이 두 금액을 비교하면 주가가 확인된 예치금 수준에 근접해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공모주식 보유자가 실제로 돌려받을 금액은 반환 시점의 신탁금과 세금에 따라 결정된다. 추가 이자도 실제 반환 시점과 계약 조건에 달려 있어 만기까지의 이자를 확정적으로 더할 수는 없다. 이때 공모주식 보유자가 돌려받는 돈은 시장에서 주식을 산 가격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상장 첫날 오전 가격인 4,800원에 산 주식이라면 매입가격과 6월 말 주당 신탁금의 차이는 약 2,699원이다. 공모자금이 보존돼 있어도 주주가 시장에서 지불한 매입가격까지 보장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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