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주가 뒤의 숫자

남의 지분 털고 돌아온 하나제약...수술실 독과점은 흔들림 없다

234억원 지분 매각 소동과 세무조사 지나...PBR 0.45배에 연평균 이익 230억원

리지

하나제약2분96점

Illustration by Gemini

지난 5월 하나제약은 6년간 보유하던 동종 제약사 삼진제약 주식 99만 5,198주를 사흘 만에 장내에서 전량 처분했다. 처분 대금 234억원을 확보했지만 공시가 늦어 한국거래소에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수년간 지분을 매집하며 경쟁사 경영권을 위협한다는 논란을 불렀다. 매각을 제때 공시하지 않아 제재금 1,200만원까지 물었다. 회사는 이번 일로 시장 신뢰를 잃었다.

하나제약은 수술실 의약품 시장의 과점 공급자다. 병원에서 수술이나 진정에 쓰는 마약성 진통제와 마취제를 전문 생산한다. 중증 통증 치료제 구연산펜타닐 시장 점유율 58%를 차지하고, 흡입마취제 세보플루란 시장에서는 66%로 1위다. 정부가 1개 품목당 국내 제조사를 다섯 곳으로 제한해 후발 주자의 진입 장벽이 높은 가운데, 380여 개 전문의약품을 바탕으로 매출은 2013년 816억원에서 2025년 2,395억원으로 12년 연속 늘었다.

2018년 상장 당시 최고가인 3만 5,068원이던 주가는 순이익이 급감하며 현재 8,370원으로 76% 떨어졌다. 2025년 영업이익은 258억원으로 사상 최대였지만 순이익은 34.1%인 88억원으로 줄었다. 세무조사를 거치며 잡손실 79억원과 과거 법인세 조정액 52억원을 한꺼번에 반영했다. 법인세비용이 96억원으로 급증해 실제 세 부담인 유효세율이 52%까지 뛰었고, 본업과 무관한 일회성 비용이 순이익을 깎았다.

전통 제약사들이 반려동물 영양제나 우주산업 같은 신사업을 찾는 사이 하나제약은 남의 지분에 자금을 묶어두는 혼선을 겪었다. 2020년부터 236억원을 들여 삼진제약 주식을 매입했지만 사업 협력은 없었다. 그사이 화성 하길 공장과 평택 신공장 증설에 1,100억원이 넘게 투입되며 보유 현금이 줄었다. 본업 공장 신축 자금이 부족해지자 6년 만에 원금 수준에서 지분을 정리한 하나제약은 처분 목적을 "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라고 밝혔다.

하나제약 주가 (단위=원, 월봉 종가) 지분 매각과 불성실공시 5,000 15,000 20,000 25,000 2020 2022 2024 2026 20,065 8,400
월봉 종가. 붉은 띠는 삼진제약 지분을 장내 매도하고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구간이다.

회수한 234억원은 시설 투자로 들어갔고, 세무조사 비용은 2025년 결산에 모두 반영했다. 2026년 상반기 순이익은 185억원으로 회복했고 자본은 3,317억원으로 늘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간 기록한 연평균 순이익은 230억원으로 가장 적었던 해를 빼도 223억원에 달하며, 부채비율은 30% 안팎을 유지해 재무 건전성은 흔들리지 않았다.

현재 시가총액 1,488억원은 연간 매출의 60%이자 9년 평균 순이익의 6.5배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5배에 그친다. 주가에는 타사 지분 매집에 따른 제재와 일회성 비용이 구조적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돼 있다. 하지만 수술실 마약류 시장의 독과점 지위는 견고하고 일회성 비용은 소멸한 만큼 본업의 지배력이 유지되는 한 시장은 회사의 수익성을 지나치게 저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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