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뒤의 숫자
비보존 제약, 신약 국내 판매 시작한 해 매출 줄고 적자 전환
증자로 약 316억원 조달...부분 자본잠식 지속

비보존 제약은 2024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비마약성 진통제 주사제 어나프라주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국내 38호 신약으로 허가받은 이 약은 상업화 준비를 거쳐 2025년 10월부터 국내 의료 현장에 공급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약이 출시된 2025년 비보존 제약의 연결 매출은 2024년 876억원에서 593억원으로 32.3% 감소했고 영업손익은 29억원 흑자에서 192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이 회사 주가는 올해 10월 23일 종가 기준 2,930원을 기록했다. 신약 상업화를 시작할 무렵 실적과 재무 상태가 나빠진 배경에는 기존 사업의 매출 감소와 환수 추정액의 매출 차감, 누적된 손실이 있다.
비보존 제약은 현재 전문의약품 제조·판매와 위탁생산(CMO)을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다. 고혈압 치료제와 순환기계용약, 피부외용제 등을 생산해 약국과 도매상 등에 판매하고, 일반의약품은 약국에 직접 판매하거나 제휴사를 통해 공급한다. 위탁생산은 거래처와 직접 계약해 의약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사업이다.
이 회사는 광반도체 부품회사 루미마이크로가 제약사로 전환하면서 현재의 사업 기반을 갖췄다. 2020년 최대주주 변경 뒤 바이오 사업에 진출했고 2022년 10월 지금의 사명으로 바꾼 뒤 11월 완제의약품 제조사인 구 비보존제약을 흡수합병했다. 2023년 6월에는 기존 광사업과 화장품 사업의 영업을 중단했다. 회사는 기존 제네릭과 위탁생산 중심의 사업에 신약 판매를 더해 매출 구조를 바꾸려 하고 있다.
기존 제품 가운데 매출 감소가 두드러진 품목은 뇌기능개선제 콜린세레이트정이다. 이 품목은 2024년 매출 192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1.9%를 차지했으나 2025년에는 매출이 19억원으로 90.2% 줄었다. 이 품목의 매출 감소액은 173억원이다. 회사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임상 재평가와 급여 환수 문제에 따른 이 품목의 매출 감소를 2025년 전체 매출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 설명했다.
이 품목의 매출 감소에는 환수 추정액을 매출에서 차감한 회계 처리도 포함돼 있다. 회사는 2021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임상 재평가 결과에 따라 일부 보험급여를 반환하는 계약을 맺었다. 회사는 2025년 결산에서 임상 재평가 실패 시 납부할 추정액 약 94억원을 비유동 환불부채로 인식하고 환수 추정액을 2025년 4분기 매출에서도 차감했다고 공시했다. 회사는 2025년 3월 환수합의계약 무효확인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해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으로 2심을 진행 중이다.
위탁생산과 일반의약품 사업에서도 2025년 매출이 감소했다. 회사는 당시 시장 여건 악화와 수요 둔화를 매출 감소의 배경으로 들면서도 2025년 하반기부터는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화성 향남공장은 평균 가동률 43.1%를 기록했다.
새로 판매를 시작한 어나프라주의 매출은 2025년 29억원, 올해 상반기 26억원이었다.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 274억원 가운데 신약 비중은 9.5%로, 매출 대부분은 여전히 기존 사업에서 나왔다. 상반기 연결 영업손실은 50억원이었다. 회사는 어나프라주 판매를 늘리기 위해 종합병원과 전문 진료과를 대상으로 학술 마케팅과 처방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히며, 신약 매출 비중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어나프라주의 원개발사는 비상장 관계사인 주식회사 비보존이다. 비보존 제약은 비보존 지분 24.6%를 보유하면서 신약의 국내 상업화를 맡고 있다. 비보존 제약은 국내 독점 실시권을 확보하고 비보존에 경상기술료를 지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판매개시연도로부터 3년 이후에는 계약 종료일까지 매출액의 10.3%를 지급하는 조건이다.
해외 임상 연구와 판매권은 비보존이 보유한다. 비보존 제약은 별도의 위탁계약에 따라 비보존의 기술이전과 해외시장 진출 업무를 대행한다. 이 위탁계약에 해당하는 거래에서 비보존이 제품 매출과 관계없이 정해진 금액의 기술료를 받으면 비보존 제약은 이 정액기술료의 5%를 대가로 받는다. 비보존 제약은 국내 판매 외에도 관계사의 해외 사업에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계약을 맺고 있다.
비보존 지분은 비보존 제약의 자산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올해 6월 말 연결 자산 1,635억원 가운데 이 지분의 장부금액은 806억원으로 절반에 가깝다. 비보존은 올해 상반기 148억원의 총포괄손실을 기록했고, 비보존 제약도 비보존 투자와 관련해 16억원의 지분법손실을 반영했다. 신약의 국내 판매 실적과 함께 원개발사의 손익도 비보존 제약의 재무제표에 영향을 준다.
손실이 누적된 결과 올해 6월 말 연결 결손금은 3,117억원에 달했다. 자본금 1,518억원에 비해 자본총계는 953억원으로, 연결 기준 자본잠식률은 약 37.2%였다. 회사는 지난 3월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약 316억원의 순자금을 조달한 뒤에도 부분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비보존 제약은 사채 상환도 이어갔다. 비보존 제약은 비보존이 보유한 제15회차 사모 전환사채의 조기상환 청구에 따라 올해 상반기 50억원을 상환했다. 이 전환사채의 원금 잔액은 6월 말 150억원에서 7월 말 25억원을 추가 상환한 뒤 125억원으로 줄었다. 전환가액은 9,000원으로 10월 23일 종가 2,930원의 세 배를 웃돈다.
비보존 제약은 관계사가 개발한 신약으로 국내 매출을 올리기 시작했지만, 신약 출시 시기는 기존 사업의 매출이 감소하고 환수 추정액까지 매출에서 차감된 시기와 겹쳤다. 회사는 아직 적은 신약 매출로 전체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증자로 자금을 확보한 뒤에도 자본잠식과 사채 상환 부담을 안고 있다. 기존 의약품과 위탁생산으로 매출을 내던 회사가 신약 판매를 확대하는 전환을 시작했으나 그 변화가 이익 회복으로 이어지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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