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주가 뒤의 숫자

HLB제약 550억 공장 올인...매출 35% 대행비에 완공돼도 제자리

CSO 수수료 444억원, 외주가공비 109억원...모레 신주 1077만주 상장 앞둬

리지

HLB제약2분

Illustration by Gemini

지난 1일 HLB제약은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에 신공장을 짓기 위해 55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자기자본 1,251억원의 44%에 달하는 거액이다. 당초 시설투자와 채무 상환을 위해 추진하던 1,2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주가 하락 여파로 608억원으로 축소됐다. 회사는 빚 갚을 돈 150억원을 계획에서 전부 제외하면서도 공장 신축 자금만큼은 줄이지 않고 추진했다.

HLB제약은 마시는 소화제 까스명수액, 질염 치료제 지노베타딘질좌제, 관절 건강기능식품 콴첼을 제조하는 제약사다. 회사는 1998년 설립된 씨트리가 모태로, 2020년 HLB그룹에 인수되며 현재 사명으로 변경했다. 전문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비중을 늘리며 매출은 2020년 406억원에서 지난해 2,056억원으로 5배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1,279억원의 매출을 올려 반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외형은 급격히 커졌으나 실속은 부족하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0.78%에 그쳤고, 2분기만 보면 623억원의 매출을 올리고도 3,096만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약 100원을 판매해 영업이익 1원도 남기지 못했다. 지난해 5월 계열사에서 인수한 의약품 유통업체 신화어드밴스의 도매 매출이 441억원(상반기 전체의 34%)을 차지했으나 마진이 낮은 상품 유통 구조 탓에 수익성을 개선하지 못했다.

비용 지출 내역은 상반기 보고서 주석에 담겨 있다. 전문의약품 160여 종의 판촉을 영업대행사(CSO)에 맡겨 위탁 판매하면서 상반기 지급수수료만 444억원으로 상반기 매출의 35%를 차지했다. 여기에 1972년 건립된 남양주 1공장은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증설이 중단됐고 포장 라인 가동률이 90%를 넘어서자 외주 생산을 맡기며 발생한 가공비가 상반기에만 109억원이었다.

HLB제약 주가 (단위=원, 월봉 종가) 유상증자 발행가 반토막 0 20,000 30,000 40,000 2020 2022 2024 2026 3,865 10,010
월봉 종가. 붉은 띠는 모그룹 신약 허가 지연으로 주가가 하락하며 유상증자 발행가가 반토막 난 구간이다.

모그룹의 항암 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지 못하자 주가는 2024년 3월 3만 8,748원에서 현재 1만 40원으로 74% 하락했다. 주가는 최근 담관암 신약 허가 소식으로 일시 반등했으나 종전 고점과는 격차가 크다. 주가가 하락하자 유상증자 발행가는 주당 1만 1,150원에서 5,650원으로 낮아졌고, 모레 7일에는 기존 주식의 33%에 달하는 신주 1,077만 8,761주가 상장된다.

시가총액 3,293억원에는 연 매출 2,000억원대 제약사라는 위상과 신공장이 원가를 절감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돼 있다. 회사는 향남 공장이 가동되면 생산능력이 연간 7억 정으로 확대되고 외주 원가를 2%포인트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완공 목표는 2028년 1월이다. 정상 가동은 2029년에나 가능하다. 매출의 35%를 영업대행사에 지급하는 구조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3년 뒤 공장을 완공해도 이익률은 오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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