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뒤의 숫자
동양, 시총보다 큰돈 털어 YTN 샀지만...주가는 장부의 6분의 1
상반기 사모펀드 배당 452억원 거두고도...YTN 출자 지분은 반토막
공사 현장에 굳지 않은 콘크리트를 배합해 파는 레미콘과 건자재, 부직포를 만드는 동양은 장부에 적힌 자산과 주식시장에서 평가받는 가치 사이에 차이가 크다. 6월 말을 기준으로 볼 때, 동양의 순자산은 7,476억원인데 시가총액은 1,218억원에 불과하다. 순자산은 회사의 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이고, 시가총액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 전체의 값이다. 회사가 가진 자산에서 빚을 빼고 남은 금액에 비해 시장이 평가하는 기업가치이 훨씬 낮은 것이다.
그리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16배로 대차대조표상 순자산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 비율은 시가총액이 장부에 적힌 순자산의 몇 배인지를 보여준다. 게다가 동양이 출자해 보유한 다른 법인 지분을 보면 장부가액만 4,239억원으로 동양 시가총액의 세 배를 넘는다. 다른 회사에 투자한 지분의 장부가액만으로도 동양 전체의 시장 가치를 웃돈다. 다만 장부에 적힌 금액이 그 지분을 팔아 곧바로 받을 수 있는 현금과 같은 것은 아니다.
동양은 1955년 설립된 시멘트 생산 기업 동양세멘트공업을 전신으로 건자재 사업을 시작했다. 1976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뒤에는 건설과 섬유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이렇게 쌓아 온 사업 가운데 현재 매출의 59%를 차지하는 것이 레미콘이다. 주가와 자산의 차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이 본업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볼 필요가 있다.
주가가 억눌린 배경에는 주력 사업의 부진이 있다. 건물을 짓기 시작하는 착공이 줄면 공사 현장에 들어가는 건자재 수요도 줄어든다. 동양의 레미콘 사업은 이런 수요 감소에 더해 가동률 저하와 운반비 상승을 겪었다. 동양은 사업보고서에서 "레미콘 사업은 제품 특성상 지역형 산업으로 제약을 받는다"고 밝혔다. 굳기 전의 콘크리트를 현장에 공급하는 사업이므로, 어느 지역에서 공사가 얼마나 이뤄지는지가 중요하다.
이런 본업의 어려움은 실적에도 이어졌다. 동양은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2,715억원으로 줄었고, 영업손실은 123억원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영업손실이 96억원이었으니, 본업에서 발생한 손실은 오히려 커졌다.
그런데 손익계산서를 영업손익 아래까지 내려가 보면 규모가 큰 금융 거래가 나타난다. 상반기에는 배당과 이자로 발생한 금융수익이 551억원으로, 영업손실 123억원의 4.5배에 이르렀다. 본업에서 손실을 냈어도 투자에서 받은 돈이 그보다 컸던 셈이다. 이 금융수익과 함께 비용도 계산해야 한다. 올해 상반기 차입금 이자와 투자자산 평가손실 등이 포함된 금융원가도 519억원 반영됐기 때문이다.
금융수익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배당금 수익 452억원이다. 이 돈은 동양이 투자한 유진더블유 사모펀드에서 나왔다. 유진더블유는 유진그룹이 2021년 우리금융지주 지분을 인수하려고 세운 사모펀드 투자회사다. 동양은 여기에 300억원을 출자해 지분 17%를 확보했다. 레미콘을 팔아 얻은 수익과 그룹의 지분 투자에서 받은 배당을 나눠 볼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편 이 투자에서는 배당금 수익과 함께 자산 가치의 감소도 발생했다. 이 사모펀드의 평가손실 349억원이 금융원가에 반영됐다. 투자자산의 장부상 가치가 줄어든 부분도 함께 계산한 것이다. 여기에 순차입금은 4,143억원에 이르렀고, 상반기 이자비용만 141억원이었다. 배당으로 들어온 돈을 볼 때 투자자산의 가치 감소와 빚에 대한 이자도 함께 봐야 한다.
방송사 인수에는 이보다 더 큰 출자금이 들어갔다. 동양은 2023년 말 최대주주 유진기업과 특수목적법인 유진이엔티를 세워 YTN 지분 30.95%를 3,199억원에 낙찰받았다. 이 가운데 동양이 출자한 금액은 1,725억원으로 전체의 53.9%였다. 당시 동양 자체의 시가총액보다 많은 돈을 방송사 지분 인수에 넣은 것이다. 그런데 해당 출자 지분의 장부가액은 올해 상반기 기준 937억원으로, 취득가보다 46% 줄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 취소 판결 뒤에는 재검토도 이어지고 있다.
투자에서 들어온 돈이 동양 주주에게 얼마나 돌아갔는지도 별개의 문제다. 동양이 상반기 사모펀드에서 배당금 452억원을 거두는 동안,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금 총액은 7억1,300만원에 그쳤다. 투자회사가 동양에 지급한 배당과 동양이 자기 주주에게 지급한 배당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시장이 순자산 7,476억원인 동양의 시가총액을 1,200억원대에 두는 배경을 살펴볼 때는 이 출자 구조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장부에 자산이 많이 적혀 있어도, 그 자산에서 생긴 현금이 본업과 주주에게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동양의 자금은 주주 환원이나 주력 사업 대신 계열사 인수 자금 조달에 투입됐다. 유진더블유 사모펀드는 지난달 10일 해산을 결의하고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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