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뒤의 숫자
DB증권, 채권 발행으로 자기자본 확충...시가총액은 순자산의 3분의1
상반기 순이익 708억원 올리고 밸류업 선언...연 5.9% 영구채 1,500억원과 저축은행 처분명령 소송 겹쳐

DB증권은 6월 별도 자기자본이 1조원을 넘어섰다고 공시했다. 1982년 국민투자금융으로 출발해 1988년 상장하고 1991년 증권회사 동부증권으로 전환한 뒤 지난해 4월 지금의 사명으로 변경했다. 위탁매매와 채권 운용, 기업금융을 주력으로 삼으며 DB저축은행과 DB자산운용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상반기 연결 영업이익은 777억원, 순이익은 708억원으로 1년 전보다 49.4% 늘었다.
별도 자기자본 1조원의 내막을 보면 성격이 장부와 다르다. 상반기 결산을 앞둔 6월 9일 1,500억원 사모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했다. 만기 30년인 이 증권은 회계상 영구채로 자본에 편입됐지만 표면금리는 연 5.9%에 달한다. 투자자에게 해마다 내는 확정 이자만 88억 5,000만원이다. 이를 빼면 별도 자기자본은 1조 67억원으로 줄어든다.
연 5.9%의 이자를 감수하고 영구채를 발행한 배경에는 중소형 증권사의 한계가 있다. 상반기 호황에 대형 증권사 10곳의 순이익은 128.9% 늘었지만 지점망이 좁은 중소형사 12곳은 66.5% 증가에 그쳤다. 수익을 늘리려면 신용거래융자를 늘리거나 기업금융에 직접 자금을 투입해야 하지만 두 업무 모두 자기자본에 한도가 묶여 있어 자본 확충 없이는 사업을 키울 수 없다. DB증권이 영구채에 이어 지난달 2,000억원 회사채를 추가로 발행해 자금을 확보한 이유다.
자본을 확충하고 실적을 늘렸지만 시장 평가는 냉정했다. DB증권 주가는 2월 19,350원에서 10,150원으로 48% 떨어졌다. 시가총액 4,308억원, 순이익 708억원을 올린 회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4배에 그친다. 연 5.9%의 이자를 물어야 하는 1,500억원 차입금이 자본으로 잡혀 있는 한 장부의 자기자본을 온전한 보통주 주주 가치로 보기 어렵다는 시선이 주가에 반영됐다.
여기에 자회사 지분을 둘러싼 규제 위험도 더해졌다. DB증권은 자산 2조원대 계열사인 DB저축은행 지분 49.98%를 보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4년 9월 신라젠 사건 벌금형으로 대주주 적격성을 잃었다며 저축은행 주식을 처분하라고 명령했다. 2023년 대법원에서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벌금 5억원이 확정되면서 대주주 자격에 흠결이 생겼기 때문이다.
DB증권은 주식처분명령 취소소송을 내고 집행정지를 받아 지분을 지키며 서울행정법원에서 1심 재판을 이어가고 있지만 패소하면 10% 초과 지분을 시장에 처분해야 한다. 2027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 10%를 약속한 DB증권의 주가가 움직이지 않는 배경에는 이 같은 숫자의 이면과 사법 불확실성이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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