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뒤의 숫자
HPSP, 매출 줄었는데 주가는 두 배
재고 2.6배 증가...지난해 매출 회복에도 하반기 949억원 필요
투자자들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주에 몰리면서 관련 펀드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HPSP 주가는 1년 전 3만 4,600원에서 6일 6만 8,800원으로 거의 두 배가 됐지만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11.5% 줄었다.
HPSP는 고압 수소 열처리 장비를 만들기 위해 2017년 3월 설립된 반도체 장비 회사다.
HPSP는 경기 화성에서 고압 수소로 반도체의 미세한 결함을 줄이는 열처리 장비를 만들어 파는데, 주력 제품 GENI-SYS는 회로가 열에 손상되지 않도록 낮은 온도에서 처리한다. 북미 메모리 업체에 차세대 D램용 장비를 공급한다는 소식에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용 장비 시험도 진행 중이다. 고객사의 미세공정 전환이 새 주문으로 이어질 여지는 있다.
장비를 팔아 남기는 이익도 큰데 상반기 매출 781억원에서 영업이익 445억원을 남겨 영업이익률이 56.9%에 이른다. 다만 지난해 연간 매출 1,730억원을 회복하려면 하반기에 949억원을 팔아야 한다. 상반기보다 22% 늘어야 겨우 지난해 수준이다.
순이익 증가율만 보면 이 회복이 이미 시작된 듯하지만 상반기 영업이익은 6.1% 줄었는데 순이익은 36.4% 늘었다. 순이익 증가분 약 131억원 가운데 100억원은 법인세 비용 감소에서 나왔다. 환율 관련 손익도 개선됐으므로 순이익 증가율을 장비 판매의 성장률로 읽어서는 곤란하다.
장비 판매의 다음 단서는 재고에 있는데 지난해 말 160억원이던 재고는 상반기 말 419억원으로 2.6배가 됐다. 그중 아직 완성되지 않은 제작 중의 장비인 재공품은 33억원에서 170억원으로 늘었다. 하반기 납품 준비라면 성장의 근거가 되겠지만, 재고 금액은 판매가격도 확정 매출도 아니다.
물론 HPSP는 상반기 말 단기 금융상품·받을 돈을 묶은 유동금융자산에 현금을 더한 금액이 2,170억원으로 전체 부채 936억원의 2.3배여서 장비를 더 만들 자금이 부족한 회사는 아니다. 그러나 6일 시가총액 5조 6,622억원은 지난해 순이익 727억원의 77.9배에 이른다. 높은 이익률에 매출 확대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기대를 담은 주가다.
11월 공개될 3분기 실적에서도 매출 감소와 재고 증가가 이어지면 하반기 성장 기대에 어긋난다. 재고가 얼마나 주문에 맞춰 쌓였는지 확인하려 해도 수주잔고는 비공개인데, HPSP는 고객사의 비밀을 공개하면 “거래 상대방의 영업에 중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수주계약 현황을 생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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