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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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상, 상반기 순이익의 72% 달하는 준비금 부담...2년 연속 무배당

순이익의 72%에 해당하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추가 적립액...이익과 배당가능이익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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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상3분95점

Illustration by Gemini

현대해상은 2024년에 별도 기준으로 1조 307억원을 벌었지만 그해 결산 배당은 0원이었다. 이듬해에도 5,611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하지 못했다.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 등을 판매하는 이 손해보험사는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 연간 이익보다 많은 6,151억원을 벌었다. 그런데도 6월 말 배당가능이익은 여전히 마이너스였다. 회사가 이익을 내고도 배당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해상의 배당을 이해하려면 먼저 순이익과 배당가능이익을 구분해야 한다. 순이익은 일정 기간 회사가 거둔 경영 성과이고, 배당가능이익은 회사가 주주에게 나눠줄 수 있도록 법이 허용한 금액이다. 올해 순이익이 많더라도 과거부터 누적된 손실이나 반드시 남겨둬야 할 준비금이 있다면 배당할 수 있는 금액은 부족할 수 있다. 현대해상도 반기보고서에서 자본이 감소한 반면 법정적립금은 늘어나 배당가능이익이 소진됐다고 설명했다.

보험사에 준비금을 요구하는 이유는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돈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보험사는 보험료를 먼저 받고 사고가 발생하거나 계약이 끝났을 때 보험금을 지급한다. 그 사이 고객이 계약을 해지하면 약정에 따라 해약환급금을 돌려줘야 한다. 따라서 주주에게 이익을 나눠주는 과정에서도 보험계약자에 대한 지급 의무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2023년 도입된 국제회계기준 IFRS17에서는 보험사가 앞으로 지급할 보험금 등을 추정해 보험부채를 평가한다. 그런데 이렇게 계산한 보험부채가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해약환급금보다 작을 수 있다. 고객에게 지급할 환급금은 보험계약에 따라 정해져 있어 회계상 부채 평가액과 차이가 날 수 있다. 금융당국이 그 차이에 대비해 이익잉여금에서 따로 적립하도록 한 것이 해약환급금준비금이다. 여기서 이익잉여금은 회사가 벌어 사내에 누적해 둔 이익이며, 그중 준비금으로 적립한 부분은 배당에 쓸 수 없다.

현대해상은 6월 말 별도 재무제표에 이익잉여금 8조 6,114억원을 기록했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이미 적립한 금액과 추가 적립 예정액을 합쳐 4조 3,603억원으로, 이익잉여금의 절반가량에 해당한다. 다만 준비금 4조 3,603억원이 별도 계좌에 현금으로 쌓여 있다는 뜻은 아니다. 누적 이익 가운데 그만큼을 주주에게 배당하지 않고 회사에 남겨두도록 제한한다는 의미다.

준비금 부담은 누적 규모뿐 아니라 올해 새로 적립해야 할 금액에서도 드러난다. 현대해상의 상반기 해약환급금준비금 추가 적립 예정액은 4,437억원이었다. 상반기 순이익 6,151억원의 약 7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반기보고서는 순이익에서 이 적립액을 뺀 해약환급금준비금 반영 후 조정이익을 1,714억원으로 제시했다. 순이익이 늘어나더라도 준비금 적립 부담이 함께 커지면 배당 재원을 늘리는 효과는 그보다 작아진다.

그렇다고 조정이익 1,714억원을 곧바로 주주에게 나눠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 금액은 상반기 순이익에 해약환급금준비금 추가 적립액만 반영한 보조 지표다. 실제 배당가능이익을 구할 때는 누적된 자본 상태와 다른 법정적립금 등도 고려해야 한다. 올해 반년 동안 준비금 부담을 반영하고도 이익이 남았다는 사실과, 결산 때 배당할 재원이 확보됐다는 사실은 서로 다르다.

현대해상 주가 (단위=원, 월봉 종가) 자사주 소각과 배당 재개 기대 10,000 20,000 30,000 40,000 60,000 2020 2022 2024 2026 40,050 47,150
월봉 종가. 현대해상은 2026년 4월 보유 자기주식 415만 1,750주를 소각했다.

블로터가 8월 19일 보도한 현대해상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2분기 말 배당가능이익은 약 마이너스 6,600억원이었다. 1분기 말보다 약 7,000억원 회복됐지만 아직 부족분이 남아 있었다. 따라서 앞으로 이익을 더 쌓아 그 부족분을 해소해야 배당을 재개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도 준비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면, 새로 벌어들인 순이익 전부가 부족분을 줄이는 데 쓰이지는 않는다.

배당 재원을 늘리는 다른 변수는 준비금 제도의 변경이다. 현대해상은 반기보고서에서 수익성을 개선하고 비용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한편, 준비금 제도 개선을 위해 금융당국과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회사가 제도 개선을 요청하는 것과 실제로 규정이 바뀌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변경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현재 규정에 따라 얼마나 이익을 남길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현대해상이 주주에게 아무런 환원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회사는 올해 4월 보유 자기주식 415만 1,750주를 소각했다. 이미 보유하던 자기주식을 없애는 조치와 새로 현금배당을 지급하는 결정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현대해상은 반기보고서에서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한 뒤 결산 현금배당을 재개하고 자기주식 매입과 소각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결국 현대해상의 다음 실적을 읽을 때는 순이익 증가율만으로 배당 재개를 판단하기 어렵다. 순이익이 얼마인지에 이어 준비금 추가 적립액이 얼마인지, 그 결과 배당가능이익의 부족분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올해 상반기 현대해상은 6,151억원을 벌었고, 해약환급금준비금 추가 적립액을 반영한 조정이익은 1,714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말 배당가능이익은 약 마이너스 6,600억원으로, 현금배당에 필요한 재원은 아직 확보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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