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읽기
헌혈 건수는 15년 전보다 늘었는데 헌혈자는 40만 명 줄어
10대 비중 38.6%에서 18.6%로...50대 이상 헌혈은 7배 늘어

피는 사고팔 수 없다. 혈액관리법이 대가를 주고받는 매혈(賣血)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어서다. 병원에서 쓰는 혈액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헌혈이 아니면 조달할 길이 없다. 이렇게 모은 헌혈 건수는 지난해 283만 9632건으로 2010년 266만 4492건보다 오히려 늘었다. 전체 인구가 줄고 청년층이 감소한 가운데서도 총량은 온전히 유지됐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건수만 간신히 유지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같은 기간 실제 헌혈자 수는 165만 7626명에서 125만 1288명으로 줄었다. 40만 명이 줄었는데도 전체 건수가 늘어난 이유는 분명하다. 남아 있는 헌혈자들이 헌혈의 집을 훨씬 더 자주 방문했기 때문이다. 1인당 연간 1.61회에 머물던 헌혈 횟수는 지난해 2.27회로 크게 늘었다.
헌혈자 감소세는 유독 한쪽에 쏠려 있다. 16~19세 청소년 헌혈은 2010년 102만 9544건으로 전체의 38.6%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52만 8644건에 그쳐 비중이 18.6%로 떨어졌다. 헌혈이 청년층의 몫이라는 인식은 오랫동안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이 구조가 불과 15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 이 빈자리를 정반대 세대가 채웠다. 50세를 넘긴 이들의 헌혈은 5만 4670건에서 39만 1239건으로 7배나 늘었다.
이런 세대 이동의 이면에는 제도의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 현행 제도상 헌혈은 만 16세부터 69세까지 가능하다. 다만 65세를 넘겨서도 헌혈을 이어가려면 60~64세 사이에 헌혈한 이력이 있어야 한다. 해당 연령대에 새로 진입할 길은 사실상 막혀 있는 셈이다. 중장년층에서 새로 헌혈을 시작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젊은 시절부터 헌혈해 온 이들이 나이를 먹으면서도 자리를 지켜낸 결과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제2차 혈액관리 기본계획을 확정하며 "꼭 필요한 순간, 혈액이 부족하지 않도록"을 목표로 내세웠다. 그 안에는 헌혈 가능 연령 상한을 5세 이상 끌어올리는 방안이 내년 시행을 목표로 담겼다. 하지만 상한을 높여 봐야 지금 헌혈하는 이들에게 몇 년의 부담이 더해질 따름이다. 새로운 헌혈자를 늘릴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는 없다.
수혈 수요는 나이가 들수록 늘어난다. 지금의 헌혈 건수를 떠받치는 50세 이상 헌혈자들은 머지않아 연령 상한에 걸린다. 그다음에는 혈액 공급자가 아닌 수혈을 받는 처지로 돌아선다. 지난해의 283만 건은 혈액 수급이 안정적이라는 신호와 거리가 멀다. 줄어든 헌혈자들에게 헌혈 횟수를 늘려 달라 호소해 가까스로 채운 수치다. 그 요청에 응할 사람은 매년 줄어들고 남은 헌혈자마저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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