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오늘의 역사

1톤 무게에 고작 5메가바이트...IBM 첫 하드디스크가 지운 마감 시간

1956년 첫 상용 하드디스크 출하...순차 처리 벗어난 임의 접근으로 실시간 회계 시대 열어

리지

1956년 9월 13일2분

1956년 9월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있는 컴퓨터 기업 IBM 연구소에서 거대한 철제 상자가 대형 화물기에 실렸다. 지게차로 들어 올린 상자는 무게가 1톤을 넘었다. 상자 안 알루미늄 원판 50장은 초당 스무 번씩 돌았다.

하드디스크는 고속으로 회전하는 자성 원판 표면에 헤드를 띄워 데이터를 읽고 쓴다. 이날 화물기에 실린 상자는 최초의 상용 하드디스크 장치 "IBM 350"의 첫 출하분이었다. 장치 하나의 저장 용량은 5메가바이트에 불과했다. 오늘날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 한 장도 다 담지 못할 정도였다.

용량이 작은 IBM 350을 쓰려고 기업들은 매달 3,200달러 임대료를 냈다. 당시 기업 회계는 종이에 구멍을 뚫어 기록하는 방식인 천공 카드와 테이프에 의존했다.

부품 재고나 직원 급여를 확인하려면 수만 장의 카드를 처음부터 차례로 기계에 통과시켜야 했다. 숫자 한 줄을 찾으려고 카드 뭉치 전체를 끝까지 읽어야 했다. 이 탓에 회계는 업무가 끝난 밤에 카드를 한꺼번에 돌리는 일괄 처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경영자가 보는 숫자는 언제나 어제의 기록이었다.

IBM은 이 시스템에 라맥(RAMAC), 곧 "회계와 통제를 위한 임의 접근 방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데이터를 읽는 순서가 기술의 핵심이었다. 서보 모터로 움직이는 헤드 암이 회전하는 원판 사이를 오가며 원하는 기록을 곧바로 찾아냈다.

다른 데이터를 거치지 않고 필요한 주소로 곧장 이동하는 임의 접근(random access)이 처음으로 구현됐다. 이듬해 자동차 제조사 크라이슬러의 부품 유통 부문인 모파(MOPAR)는 거대한 서류 캐비닛을 치우고 라맥을 들였다.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재고가 빠지고 출고가 확정됐다. 기업의 거래와 결제가 당일 실시간으로 처리됐다.

사무 속도를 바꾼 라맥은 내부의 거센 반대를 뚫고 나왔다. 개발 초기 IBM 이사회는 프로젝트를 중단시켰다. 종이 카드를 대량으로 찍어 팔던 주력 사업의 수익을 갉아먹는다는 이유였다. 연구진이 비밀리에 개발을 이어간 끝에 가까스로 승인을 받았다.

상용화 직전에는 마케팅 부서가 반대했다. 기술진은 용량을 더 늘릴 수 있었지만 마케팅 부서는 그보다 큰 저장 공간을 어떻게 팔아야 할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기존 천공 카드의 세계에 머물던 이들에게 5메가바이트는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였기 때문이다.

원판을 돌려 데이터를 순서 없이 꺼내는 원리는 이후 반세기 동안 컴퓨터 저장 장치의 표준이 됐다. 지금은 모터가 없는 반도체 메모리가 컴퓨터를 채우고 있지만 원하는 번지에 곧바로 닿는 임의 접근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

IBM은 1969년 라맥 시스템의 공급을 끝냈다. 이어 2003년에는 하드디스크 사업부를 일본 전자기기 업체 히타치에 20억 5,000만 달러에 매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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