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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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쌀 소비 53.9㎏ 역대 최저...공장이 사간 쌀은 93만톤으로 늘어

하루 147.7g, 1년 새 1.9㎏ 감소...사업체 쌀 소비의 28.3%는 떡류 제조업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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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연간 양곡소비량2분

Illustration by Gemini

지난해 한국인 1인당 쌀 소비량은 53.9㎏이었다. 양곡소비량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적은 수치이자 30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해마다 이 통계가 나올 때 언론에 붙는 제목은 대체로 비슷하다. 밥심은 옛말이 됐다는 내용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양곡소비량조사가 무엇을 집계하고 무엇을 제외했는지는 제목에 담기지 않는다.

쌀 소비가 줄어드는 속도는 지난해 다시 가팔라졌다. 1인당 쌀 소비량이 1년 새 1.9㎏ 줄어 10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직전 몇 년 동안은 감소 폭이 소수점 아래에 머물러 소비가 바닥을 쳤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바닥은 아니었다.

1인당 쌀 소비량 53.9㎏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양곡소비량조사 설명서에 명시돼 있다. 가구가 양곡을 직접 조리해 식용으로 소비한 양만 집계하고 외식과 급식은 통계에서 제외한다. 점심을 회사 앞 백반집에서 먹고 저녁을 편의점 도시락으로 해결한 사람의 밥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이 수치는 가정이 밥을 덜 짓는다는 사실만 보여줄 따름이다.

양곡소비량조사가 집계하는 항목은 하나 더 있다. 가구 부문과 나란히 사업체 부문의 소비량을 따로 집계한다. 쌀을 원료로 쓰는 식료품·음료 제조업체가 한 해 동안 사들인 쌀의 규모다. 지난해 사업체 쌀 소비량은 93만 2,102톤으로 전년보다 6.7% 늘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뒤로 사업체 쌀 소비량은 해마다 늘어났다.

가장 많은 쌀을 사들인 업종은 떡 제조업이다. 사업체가 쓴 쌀의 28.3%가 떡류 제조업으로 들어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떡볶이 열풍으로 떡볶이떡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떡 소비가 국내 시장에서만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냉동 떡볶이와 냉동 김밥 수출이 함께 늘면서 떡류 수출액은 5년 전의 3배에 달했다.

그다음으로 쌀을 많이 쓴 곳은 소주 원료인 주정을 만드는 제조업이다. 주정업계는 지난해 21만 6,615톤(23.2%)을 썼다. 가공용 쌀 4분의 1이 술의 원료로 쓰인다는 뜻이다. 다만 주정 부문의 쌀 소비는 지난해 감소했다. 주류 소비가 줄면 원료인 쌀도 덜 들어가기 마련이다.

공장이 사들인 쌀 (단위=만톤) 사업체부문(식료품·음료 제조업) 연간 쌀 소비량, 2019~2025년 74.42019 652020 682021 69.12022 81.72023 87.32024 93.22025
코로나19 여파로 한 번 주춤한 뒤 5년 내리 늘어났다. 가구에서 줄어든 쌀의 절반 이상이 사업체 소비로 옮겨왔다.

그렇다고 전체 쌀 소비량이 늘었다는 뜻은 아니다. 인구 5,100만 명에 1인당 감소량 1.9㎏을 곱해 계산하면 가구에서 줄어든 쌀이 공장에서 늘어난 쌀보다 여전히 많다. 두 부문은 조사 방식이 달라 수치가 정확히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 그래도 밥상에서 사라진 쌀의 절반 이상을 가공식품 공장이 흡수한 것은 틀림없다.

쌀 정책의 무게중심은 오랫동안 가정의 밥상에 있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중심의 건강한 식습관 형성"을 내걸고 대학가에 천원 아침밥을 지원해 왔다. 그사이 떡을 찌고 술을 빚는 제조업체가 쌀을 더 많이 사들였다. 53.9㎏은 한국인이 집에서 밥을 얼마나 덜 짓게 됐는지를 정확히 보여준다. 줄어든 쌀이 어디로 옮겨 갔는지는 통계표의 바로 옆 칸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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