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읽기
대출·청약 페널티가 부른 혼인 외 출생 1.4만 명...서울은 100명 중 7명꼴
5년 새 6876명에서 두 배 뛰어 5.5%...맞벌이 합산 8500만원 대출 문턱에 혼인신고 미뤄

지난해 태어난 혼인 외 출생아는 1만 4,023명으로 1981년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많았다. 2020년 6,876명에서 5년 만에 두 배 넘게 불어난 규모다. 전체 출생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52%에서 5.51%로 뛰었다. 서울에서는 지난해 태어난 아이 4만 5,516명 가운데 3,181명이 법적 혼인 관계 밖에서 태어나 비중이 6.99%에 달했다. 신생아 100명 가운데 7명에 이른다. 과연 청년들의 가족관이 서구처럼 바뀌어 비혼 출산을 선택했기 때문일까. 질문은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혼인 외 출생 통계는 통계청이 1981년부터 집계해 온 “시도/법적혼인상태별 출생”에서 나왔다. 부모의 법적 혼인 상태에 따른 출생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조사다.
오랫동안 한국에서 출산은 법적 혼인이라는 제도 안에서만 인정받는 관문이었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혼인 외 출생아 비중은 줄곧 1.9% 안팎에 그쳐 사실상 통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프랑스의 시민연대협약이나 유럽 각국처럼 혼인신고 없는 동거 가구를 법적 가족으로 인정하고 같은 복지 혜택을 주는 제도는 한국에 없다. 국회에서 발의된 생활동반자법은 임기 만료로 폐기된 뒤 재발의와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혼인신고는 없으나 부부로 함께 사는 관계인 사실혼 부부에게는 가족으로서 법적 보호도, 상속권도 주어지지 않는다. 유럽식 가족 제도가 없는 한국에서 청년들의 의식 변화만으로 혼인 외 출생 급증을 설명할 수는 없다.
5년 만에 7,000명이 넘는 아이가 혼인 통계 밖으로 걸어 나온 배경에는 정책금융과 주거 사다리의 문턱이 있다. 결혼식을 치르고 한집에 살면서도 구청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추는 가장 큰 이유는 대출과 청약에서 마주치는 불이익 때문이다. 신혼부부에게 돌아가는 이른바 결혼 페널티가 구체적인 숫자로 드러난다. 디딤돌 대출과 버팀목 전세대출, 보금자리론 같은 정부 정책대출은 미혼 1인 가구는 연소득 7,000만원까지 신청을 받는다. 하지만 혼인신고 도장을 찍는 순간 기준은 부부 합산 8,500만원으로 낮아진다.
둘이 합쳐 8,500만원이라는 기준은 맞벌이 청년 가구에게 가혹한 덫이 된다. 한 사람이 연봉 4,500만원씩만 벌어도 부부 합산 소득은 9,000만원에 이르러 저리 대출 자격을 잃는다. 혼인신고를 한 대가로 연 2~3%대 정책대출에서 밀려나 연 4~5%대 시중은행 대출을 받아야 한다. 매달 수십만원의 이자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정부는 신혼부부의 주거 안정을 돕겠다고 강조하지만, 정작 소득 기준은 청년들이 법적 부부로 묶이는 순간 수천만원의 금융 비용을 부담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청년들에게 혼인신고를 늦추는 결정은 대출 금리를 아끼기 위한 현실적인 계산이다.
청약 시장의 계산도 다르지 않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이 마련되어 있지만 가점 경쟁이 치열하고 소득 요건도 까다롭다. 법적 미혼 상태를 유지하면 부부가 각자의 청약통장으로 일반공급과 청년 특별공급을 노릴 수 있다. 무주택 기간과 세대주 자격을 각자 지키며 당첨 기회를 두 번으로 유지하는 편이 부부로 묶여 신청하는 것보다 유리하다. 내 집을 마련하기 전까지 혼인신고를 유예하는 관행이 청년층 사이에 굳어지면서, 아이가 태어나는 시점에도 서류상 미혼을 유지하는 부부가 늘어났다.
비혼 출산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 높아졌다는 조사 결과도 현실의 구조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2024년 통계청 사회조사에서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37.2%에 달했다. 하지만 설문 응답과 병원 분만실에서 아이를 낳는 현실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는 출생신고를 마쳐야 한다. 법적으로 혼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올리면 행정 전산망에는 혼인 외 출생자로 등록된다. 동거와 사실혼 부부가 대출과 주거 문제를 풀기 위해 혼인신고를 미루는 동안, 아이는 서류상 혼인 밖의 신생아로 통계에 집계된다.
제도의 모순이 빚어낸 틈새에서 생겨나는 불편은 고스란히 아이와 부모의 몫이 된다. 법적 부부로 등록되지 않은 가정은 양육수당 신청과 세액공제,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을 진행할 때마다 추가 서류를 내며 관계를 증명해야 한다. 결혼을 장려하고 아이 낳기를 돕겠다며 만든 정책들이 거꾸로 아이를 낳아 기르는 청년들을 법적 울타리 바깥으로 밀어내고 있다. 지원 제도가 현실의 가족 형태를 품지 못하고 오히려 혼인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해 기록된 혼인 외 출생아 1만 4,023명은 제도의 틈바구니에서 청년들이 선택한 고육지책이다. 청약 자격과 대출 소득 한도라는 칸막이가 법적 혼인을 미루게 만든 결과가 통계에 고스란히 찍혔다.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2026년 10월부터 부부 중 한 사람의 연소득이 7,000만원 이하이면 보금자리론을 신청할 수 있도록 기준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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