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읽기
자영업 폐업 사상 첫 100만 명...둘 중 하나는 "사업부진"
2024년 폐업자 100만 8,282명 역대 최다...소매·음식·서비스업에 67% 집중

국세청 통계에서 2024년 한 해 문을 닫은 사업자는 100만 8,282명에 달했다. 연간 폐업자는 2005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2015년 79만 50명이던 폐업자는 10년 만에 27.6% 늘었다. 폐업 성격도 함께 악화됐다. 폐업 사유 가운데 "사업 부진"으로 간판을 내린 사업자가 50만 6,198명에 달했다. 전체의 50.2%다. 10년 전 32만 6,066명이던 사업 부진 폐업자는 55.2% 급증했다. 사업 부진 폐업자 비중은 사상 처음으로 과반을 넘어섰다. 폐업한 자영업자의 54.4%는 개업 3년을 채 넘기지 못했다. 이 가운데 넷 중 1명(24.4%)은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사업을 접었다. 한 해 100만 명이 장사를 접었다. 폐업자 절반 이상은 몇 년 견디지 못한 채 자본금을 날리고 시장을 떠났다.
자영업의 몰락은 흔히 개인의 준비 부족 탓으로 여겨진다. 여기에 소비 부진이나 치솟은 임차료, 대출 금리를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틀린 설명은 아니다. 하지만 통계를 세부 항목별로 뜯어보면 개인의 실수로 돌리기 어려운 구조적 쏠림이 두드러진다. 2024년 폐업자 가운데 91.8%인 92만 5,351명이 개인사업자였다. 전체 폐업자의 67.3%(67만 8,146명)는 소매업, 서비스업, 음식업 3대 골목 업종에 쏠렸다. 폐업 사유도 다르지 않았다. 소매업 폐업자의 60.9%, 음식업의 52.1%, 서비스업의 51.3%가 사업 부진을 폐업 이유로 신고했다. 세 업종에서 사업 부진으로 문을 닫은 자영업자만 37만 7,964명에 달한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이들이 진입장벽 낮은 골목 상권으로 밀려들었다. 이미 포화 상태인 시장에서 서로의 매출을 잠식했다.
골목에 형성된 과밀 창업과 조기 폐업의 경로는 한계에 다다랐다. 사업 존속 기간 통계에 조기 폐업 실태가 고스란히 담겼다. 1년 미만에 문을 닫은 자영업자가 24만 5,524명이었다. 3년 미만 폐업자는 54만 8,737명에 달했다. 창업 직후 빚더미에 앉아 퇴출되는 악순환이 고착됐다. 초보 창업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5년 이상 버텨온 점포도 2024년 29만 3,552곳이 문을 닫았다. 10년 전보다 5만 7,320명 늘어난 수치다. 오랜 경험을 쌓은 베테랑 자영업자조차 버텨내지 못했다. 과밀 경쟁과 내수 침체의 벽을 넘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자영업 위기 이면에는 노동시장의 결함이 자리 잡고 있다. 통계청 비임금근로자 부가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1년 이내에 사업을 시작한 자영업자의 59.9%가 본래 임금근로자였다. 신규 자영업자 가운데 17.9%는 "취업이 어려워서"라고 답했다. 신규 창업자의 51.2%는 50세 이상이었다. 평균 53세에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난 조기 은퇴자였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도 있었다. 이들은 퇴직금과 대출금을 쥐고 골목 상권으로 내몰렸다. 직장에서 나와 가게를 차리면 통계에서는 취업자로 분류된다. 하지만 통계적 착시일 뿐이다. 고용 지표의 착시는 1~3년 뒤 국세청 폐업 통계에서 50만 명의 사업 부진 폐업자라는 청구서로 날아든다.
정부는 소상공인 대책을 쏟아낸다. 폐업 지원금을 늘리고 저리 대출 만기를 연장한다. 채무 조정도 확대하겠다고 한다. 당장 벼랑 끝에 몰린 영세 상인을 지키기 위한 조치다. 다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금융 지원과 채무 조정에도 100만 폐업자의 회전문은 계속 돌아간다. 대출 연장과 지원금 중심의 대책은 퇴출을 늦출 뿐이다. 과잉 공급된 골목 시장에서 한계 상황을 이어갈 뿐이다. 노동시장이 품지 못한 인력을 다시 자영업의 위험 속으로 밀어 넣는다. 지원금 규모보다 더 시급한 과제는 일자리라는 출구 마련이다.
자영업 대책의 종착점은 고용 시장이다. 중장년층의 재취업 경로가 열려야 한다. 정년 이후에도 숙련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영업이라는 위태로운 외길로 쏟아지는 행렬을 멈출 수 있다. 노동시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방치된 자영업은 가혹하다. 사회가 감당해야 할 실업의 위험을 개인의 빚과 파산으로 떠넘긴 것에 가깝다. 2026년 7월 국세청은 전년도 사업자 등록과 폐업 실적을 확정한 국세통계를 국세통계포털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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