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통계 읽기

취업 후 학자금 대출...직장인 4배인데 체납액은 프리랜서·자영업 역전

지난해 체납액 813억으로 69% 급증...종합소득자 셋 중 1명 체납

리지

2분

Illustration by Gemini

“취업할 때까지 상환을 유예한다.” 정부는 2010년 취업 후 학자금 상환 제도를 도입하며 상환 부담을 취업 뒤로 미뤄주겠다고 했다. 일자리를 구해 돈을 벌기 전까지는 빚 독촉을 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학자금을 갚아야 하는 직장인이 종합소득자보다 4배 많지만, 빚을 갚지 못한 체납액은 프리랜서와 자영업자 등 종합소득자가 398억원으로 더 많았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얻은 뒤 마주한 현실은 달랐다.

이 글의 근거는 국세청이 해마다 내놓는 국세통계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현황과 체납액 정리 현황이 핵심 자료다. 대학 시절 빌린 등록금과 생활비를 졸업 뒤 소득이 생겼을 때 국세청이 의무적으로 거둬들이는 과정이 이 통계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국세청의 징수 장부에서 학자금 체납은 해마다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해 취업 후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한 미상환 체납액은 813억1200만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481억1500만원에서 4년 만에 69.0% 늘어난 규모다. 제때 돈을 내지 못해 체납자가 된 청년도 크게 늘었다. 2021년 3만9345명에서 지난해 5만7580명으로 46.3% 증가했다.

체납은 소득이 아예 없는 청년에게서 나오지 않는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 제도는 연간 소득이 상환기준소득을 넘겨야 갚을 의무가 생기는데, 지난해 기준선은 연 2679만원이었다. 일반 직장에서 일하는 근로소득자는 월급에서 원천공제를 거치지만, 프리랜서나 플랫폼 종사자, 자영업자는 고지서를 받아 스스로 돈을 마련해 내야 한다.

돈을 내는 방식이 갈라지면서 체납의 무게도 한쪽으로 쏠렸다. 지난해 상환 대상 근로소득자 25만2339명 가운데 체납자는 3만3516명으로 빚을 제때 갚지 못한 비율을 뜻하는 체납률이 13.3%였다. 반면 종합소득자는 상환 대상 6만4074명 중 2만2194명이 돈을 갚지 못해 체납률이 34.6%에 달했다. 셋 중 1명이 체납자가 된 셈이다. 체납액도 종합소득자가 398억4400만원으로 근로소득자의 344억3900만원보다 54억원 더 많았다.

종합소득자로 잡히는 청년들이 학자금을 고의로 갚지 않으려 한 것은 아니다. 배달과 대리운전 등 플랫폼 일자리나 단기 프리랜서 계약은 한 해 소득이 반짝 늘었다가 다음 해에 끊기기 일쑤다. 국세청은 전년도 소득을 기준으로 상환 고지서를 보내지만, 고지서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일자리를 잃었거나 수입이 바닥난 경우가 흔하다. 실제로 소득이 생겨 상환 대상이 됐다가 이듬해 소득 감소나 실직으로 빠진 인원은 지난해에만 11만51명이었다.

취업 후 학자금 대출 미상환 체납액 추이 (단위=억원) 2019~2025년 국세청 취업 후 학자금 상환 체납액 3222019 4272020 4812021 5522022 6612023 7402024 8132025
2021년 481억원에서 4년 만에 69% 늘어 800억원을 넘었다

갚지 못한 청년에게 국세청의 조치는 가혹해, 체납이 발생하면 연체료 성격의 가산금이 붙고 국세징수법에 따라 재산을 압류하는 강제징수 절차가 시작된다. 예금 통장과 급여를 묶는 압류 등 강제징수 건수는 2021년 1428건에서 지난해 1만7760건으로 12.4배 급증했고, 지난해 체납자 1인당 평균 미상환액은 141만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청년들이 불과 141만원 때문에 금융 거래가 막히고 통장 압류 처분을 받았다.

국세청이 지난해 걷어야 했던 체납액 1181억9200만원 가운데 실제로 거둬들인 돈은 368억8000만원에 그쳤다. 징수율은 31.2%에 머물렀고 나머지 813억1200만원은 걷지 못한 채 다음 해로 넘어갔다. 정부가 학자금을 갚으라고 지정한 날, 스스로 번 돈으로 빚을 갚지 못한 청년 5만7580명의 이름이 국세청 체납 대장에 그대로 남았다.

이 글이 어땠나요?

눌러 주시면 다음 글을 쓸 때 소중한 참고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