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읽기
한국 국적 버린 사람 열에 아홉이 미성년...열여덟 살 3월의 마감일
지난해 국적이탈 4,014명 중 3,386명이 10대...넷 중 셋은 미국 국적, 한국 국적 택한 쪽은 20대에 몰려
지난해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한 사람은 4,014명이다. 법무부가 연령별로 집계한 국적 처리 현황을 보면 이 가운데 3,386명이 10대였다. 아홉 살 이하 199명을 더하면 90%가 미성년자다. 국적을 내놓은 성인은 429명뿐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국적이탈은 태어날 때부터 한국과 외국의 국적을 함께 가진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대한민국 국적을 내놓겠다고 법무부에 하는 신고이고, 그 신고를 한 사람이 국적이탈자다. 국회가 국적법에 복수국적자는 기한 안에 국적 하나를 고르라는 조항을 두었고, 남성은 그 기한이 병역 일정에 걸려 있다.
이 숫자를 한국을 떠나는 사람이 늘었다는 증거로 읽기 쉽다. 그런데 이민의 결과로 국적이 없어지는 경우는 국적상실이라는 다른 항목으로 분류된다. 국민이 자진해서 외국 국적을 얻으면 대한민국 국적은 그 자리에서 사라진다. 지난해 그렇게 국적을 잃은 사람은 2만 988명으로 3년 내리 감소했다.
미성년자가 채우는 쪽은 국적이탈이다. 태어날 때부터 두 나라의 국적을 가진 사람이 대한민국 국적을 내놓는 신고를 말한다. 지난해 이 신고를 한 사람들이 함께 가진 국적은 미국이 3,042명으로 넷 중 셋을 차지했다. 국적법 제12조 제2항은 병역법에 따라 병역 의무를 앞둔 사람을 올려놓는 신분인 병역준비역에 편입된 사람이 "편입된 때부터 3개월 이내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도록 정해 놓았다. 편입되는 날은 18세가 되는 해 1월 1일이다. 마감일은 그해 3월 31일이다.
이 날짜를 넘기면 길은 하나만 남는다. 주애틀랜타 총영사관은 선천적 복수국적 남성에게 그 뒤로는 "병역의무를 해소한 후에만 국적이탈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규정이 바뀌면 숫자는 곧바로 따라 움직인다. 병역을 마치지 않고 국적을 포기한 사람에게는 마흔이 넘어야 재외동포 체류자격을 주기로 한 재외동포법 개정이 2018년 5월 시행됐다. 개정을 앞두고 신고가 몰려 그해 국적이탈자는 6,986명까지 뛰었다.
한국 국적을 택하는 나이도 이 조항이 정한다. 국적법은 복수국적자가 22세가 되기 전까지 하나를 고르게 한다. 병역준비역에 편입된 사람에게는 병역을 마친 때부터 2년을 준다. 지난해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한 복수국적자 3,500명 가운데 2,315명이 20대였다. 국적을 포기하는 신고는 10대에, 지키는 신고는 20대에 걸린다.
이 마감일을 두고 헌법재판소는 2020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기간을 놓친 데에 "사회통념상 그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운 사정 즉,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라면 "예외적으로 국적이탈을 허가하는 방안을 마련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국회는 2022년 10월 국적법에 특례 조항을 신설했다. 마감일이 지난 뒤에도 법무부 허가를 신청할 길이 열렸다.
특례는 외국에서 태어났거나 여섯 살이 되기 전에 외국으로 옮겨 가 생활 근거를 그곳에 둔 사람에게만 열렸다. 허가 여부는 법무부 심사가 가른다. 국내에서 자란 복수국적자에게 마감일은 그대로 남아 있다. 2008년에 태어난 선천적 복수국적 남성이 병역과 무관하게 국적을 이탈할 수 있었던 마지막 날은 올해 3월 31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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