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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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성 앞지른 30대 여성...일터의 성과 압박 삼킨 방 안의 캔맥주

30대 여성 고위험 음주율 12.6%로 20대 남성 역전...2005년 3.1%에서 네 배로 늘어

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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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ration by Gemini

질병관리청이 집계한 지난해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30대 여성의 고위험 음주율이 12.6%를 기록했다. 지난해 20대 남성의 고위험 음주율은 9.7%에 머물렀다. 주 2회 이상 폭음하는 비율에서 30대 여성이 20대 남성을 앞지른 것은 2005년 조사 시작 이래 처음이다.

고위험 음주는 한 번의 술자리에서 남성은 소주 7잔, 여성은 5잔 이상을 일주일에 두 번 넘게 마시는 사람의 비율을 뜻한다. 기분 좋게 곁들이는 반주를 넘어 알코올 의존과 신체 질환으로 이어질 위험을 가늠하는 기준이다. 19세 이상 성인의 표준화 고위험 음주율은 지난해 13.5%였는데, 그 안에서 남성과 여성의 숫자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남성의 고위험 음주율은 2008년 24.5%를 정점으로 꺾이기 시작해 지난해 18.6%까지 떨어졌다. 회식 강요가 사라지고 건강 관리와 운동을 앞세우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젊은 층부터 술잔을 멀리했다. 2010년 17.8%에 달했던 20대 남성의 고위험 음주율은 지난해 9.7%로 떨어져 성인 남성 연령대 가운데 유일하게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여성은 다른 길을 걸었다. 19세 이상 여성의 고위험 음주율은 2021년 6.9%에서 지난해 8.6%까지 4년 연속 올랐다. 이 증가세를 30대 여성이 이끌었다. 조사가 시작된 2005년 30대 여성의 고위험 음주율은 3.1%에 불과해 20대 여성의 6.2%나 40대 여성의 3.4%보다 낮았다. 당시만 해도 30대 여성 다수는 20대 후반에 결혼해 출산과 육아에 전념했다.

19년 사이 30대 여성의 삶의 시간표는 완전히 바뀌었다. 통계청 조사에서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2005년 27.7세에서 지난해 31.5세로 높아졌고, 30대 초반 여성의 고용률은 75.1%로 치솟았다. 결혼과 출산에 따른 경력 단절이 늦춰지거나 사라지면서 30대 여성은 일터의 야근과 성과 압박, 직장 내 긴장을 고스란히 겪는 주력 노동자가 되었다.

술을 마시는 방식도 달라졌다. 직장 동료와 어울리는 단체 회식이 줄어든 자리를 퇴근 뒤 편의점에서 사는 맥주와 와인이 채웠다. 1인 가구로 독립해 혼자 사는 30대 여성이 늘어나면서 일터에서 쌓인 피로를 집에서 술로 푸는 사적 음주가 일상으로 들어왔다. 긴장을 해소할 다른 방법이 마땅찮은 상태에서 집 안의 술잔은 가장 손쉬운 휴식이 되었다.

30대 여성의 고위험 음주율이 20대 남성을 앞질렀다 (단위=%) 2024년 성별·연령대별 고위험 음주율,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 40대 남성30.3 30대 남성16.3 30대 여성12.6 40대 여성10.3 20대 여성10.2 20대 남성9.7
2024년 성별·연령대별 고위험 음주율. 30대 여성은 4.1배 늘어 20대 남성을 앞질렀고, 20대에서도 여성이 남성을 웃돌았다.

사회적 안전망은 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보건복지부와 자치단체의 알코올 상담 사업과 중독 예방 프로그램은 여전히 중장년 남성을 주된 대상으로 삼고 있다. 직장 밖으로 드러나는 남성의 주폭이나 도로 위를 위협하는 음주운전 단속과 상담의 손길은 닿지만, 퇴근 뒤 집 안에서 조용히 마시는 여성의 고위험 음주는 외부의 눈에 띄지 않는다. 위험을 먼저 파악하고 지원할 공공 체계는 비어 있다.

2005년 30대 여성의 고위험 음주율은 3.1%로 30대 남성의 19.3%에 비해 6분의 1 수준이었다. 19년이 흐른 지난해 30대 여성의 비율은 12.6%로 4.1배 늘었고, 20대 여성 역시 10.2%로 동년배 남성의 9.7%를 웃돌았다. 질병관리청 통계에서 20대와 30대 여성은 나란히 동년배 남성의 숫자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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