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오늘의 역사

소행성 무게와 내부 구조, 곁 도는 위성의 공전 궤도로 규명

망원경도 스쳐 간 우주선도 못 잰 질량, 곁을 돌던 지름 1.4㎞ 위성으로 확인...내부 40% 가까이 빈 자갈더미

리지

1993년 8월 28일2분

1994년 2월 17일 갈릴레오 탐사팀의 한 연구원이 반년 늦게 도착한 소행성 이다의 흑백 사진을 살펴보고 있었다. 긴 쪽이 60㎞ 남짓한 감자 형태 본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작은 점 하나가 찍혀 있었는데, 카메라 렌즈의 먼지나 배경의 별이 아닌 뚜렷한 실체였다. 해당 사진이 촬영된 날이 바로 33년 전 오늘인 1993년 8월 28일이다.

사진 속 작은 점 하나는 소행성도 위성을 거느릴 수 있느냐는, 전례가 확인된 적 없던 오랜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리스 신화에서 이름을 따 닥틸로 명명된 이 위성의 지름은 1.4㎞였다. 그러나 탐사팀이 거둔 더 결정적인 성과는 소행성 본체의 질량 산출이었다. 통상 망원경은 밝기로 크기를 가늠하고 반사된 빛으로 성분을 추정할 뿐 질량 정보는 알려주지 않고,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가는 우주선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초속 12.4㎞로 2,390㎞ 곁을 통과하는 동안 이다의 미약한 중력은 갈릴레오의 항로를 알아볼 만큼 휘어지게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곁을 공전하는 위성이 나타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닥틸은 이다에서 90㎞ 떨어진 거리에서 스무 시간에 한 바퀴를 돌고 있었고, 갈릴레오가 관측하던 바로 그 순간에 우연히 곁을 스쳐 지나가던 무관한 천체일 확률은 계산상 사실상 배제됐다. 그 느린 궤도 운동 속에 소행성 이다의 질량이 담겨 있었다. 위성의 궤도 크기와 공전 주기만 확보하면 중심에 놓인 본체의 무게를 정확히 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산출된 이다의 밀도는 1㎤당 2.3~3.1g으로, 암석과 철이 섞인 덩어리의 통상 수치인 5g 안팎에 비하면 턱없이 가벼운 수준이었다. 지구에 가장 흔하게 떨어지는 석질운석과 같은 물질로 전제하면 내부의 10~40%가 비어 있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거대한 통바위 대신 깨진 암석 조각들이 자체 중력으로 겨우 뭉쳐 있는 자갈더미라는 의미다. 표면의 95%를 담은 사진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얻을 수 없었던 해답이었다.

소행성 내부가 이처럼 헐거우면 다루는 방식도 달라진다. 충격을 가해 부수면 수많은 파편으로 흩어지고, 밀어내면 예상보다 훨씬 잘 밀린다. 2022년 9월 26일 미국의 다트(DART) 탐사선이 소행성 디디모스를 도는 지름 160m 디모르포스에 정면으로 부딪히자 11시간 52분이던 공전 주기가 33분 단축됐다. 당초 작전의 성공 기준은 73초였다. 이처럼 궤도가 크게 변한 것은 충돌로 튄 파편들이 우주선 자체보다 3.6배 많은 운동량을 실어 나른 결과였다.

방어 실험의 표적으로 하필 쌍소행성을 선택한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디모르포스가 디디모스 앞을 지날 때마다 지구에서 관측되는 전체 밝기가 일시적으로 줄어들고, 이 주기적 간격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측정해 궤도 수정의 성패를 가늠한다. 홀로 공전하는 소행성을 밀어냈다면 궤도가 얼마나 변했는지 지상에서 즉각 확인할 방도가 마땅치 않았다.

오는 11월 디디모스에 도달하는 유럽우주국의 헤라 탐사선은 바로 이 디모르포스의 질량을 정밀 측정할 계획이다. 궤도가 얼마나 밀렸는지는 파악했으나 그 충격력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전해졌는지는 정확한 무게를 알아야 규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소행성의 무게는 내부가 얼마나 비어 있는지에 좌우되니, 33년 전 소행성 이다 앞에서 풀지 못했던 질문이 오늘날까지 고스란히 이어진 셈이다. 다만 곁을 도는 위성을 사진에서 우연히 발견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처음부터 그 천체를 직접 탐사하기 위해 우주로 향한다.

이 글이 어땠나요?

눌러 주시면 다음 글을 쓸 때 소중한 참고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