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오늘의 역사

국영은행에 대금 미뤄 적자 가린 페달라다, 브라질 대통령 파면과 지출 상한제 낳아

복지 예산 늦게 입금해 흑자 둔갑...감사원 불법 대출 판정에 61대 20 가결

리지

2016년 8월 31일2분

Illustration by Gemini

2016년 8월 31일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의 연방 상원 본회의장. 전광판에 표결 결과가 나오며 브라질 사상 첫 여성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의 파면이 확정됐다. 찬성 61표, 반대 20표였다.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린 죄목은 뇌물 수수나 개인 비리가 아니었다. 국영은행에 보조금을 며칠 늦게 입금해 정부 결산에서 적자를 지운 회계 기법인 "페달라다(pedalada fiscal, 재정 페달링)" 때문이었다.

페달라다는 브라질 정부가 2014년 재선을 앞두고 국고 부족에 따른 재정 적자를 가리기 위해 국영은행에 예산 지급을 미뤘던 회계 조작 수법이다. 포르투갈어로 자전거 페달 밟기를 뜻하는 말로, 돈을 굴려 시간을 버는 방식을 뜻한다. 당시 브라질 정부는 저소득층 생계 지원금인 볼사 파밀리아와 농업 보조금을 대규모로 집행해야 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폭락으로 세수가 급감하면서 국고는 바닥나 있었다. 정부는 국영은행인 카이샤 에코노미카 페데랄과 방코 두 브라질에 넘겨줘야 할 예산 지급을 차일피일 미뤘다. 대신 국영은행이 자체 자금으로 수혜자들에게 먼저 돈을 지급하도록 했다.

정부 금고에서 직접 나간 돈은 없었다. 복지 혜택은 국민에게 전달됐지만 정부 결산에는 지출 항목이 잡히지 않았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재정이 흑자를 냈다고 발표하며 선거를 치렀다. 국영은행이 정부 대신 먼저 내어준 돈은 고스란히 은행의 부담이자 정부의 숨은 빚으로 남았다. 며칠의 시차를 이용해 적자를 흑자로 둔갑시킨 국가 차원의 분식회계였다.

이 꼼수는 오래가지 못했다. 브라질 연방 감사원(TCU)은 정부의 결산안을 만장일치로 거부했다. 정부가 대주주인 국영은행에 대금을 미루고 돈을 먼저 집행하게 한 행위는 실질적으로 국영은행에서 돈을 빌려 쓴 불법 대출이라는 판단이었다. 브라질 재정책임법은 정부가 자신이 소유한 국영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정부가 국영은행을 사금고 삼아 빚을 당겨 쓰는 순간 국가 회계의 경계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회계를 속여 지킨 인기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가짜 흑자 뒤에 숨겨졌던 재정 적자가 한꺼번에 드러나자 브라질의 국가 신용등급은 투기 등급으로 추락했다. 헤알화 가치는 폭락했고, 브라질 경제는 2년 연속으로 역성장을 겪었다. 복지를 늘리겠다는 명분으로 결산 시차 뒤에 숨겼던 빚이 고스란히 경제 전체의 위기로 돌아왔다.

탄핵 직후 브라질 의회는 헌법을 고쳐 향후 20년 동안 연방정부 지출 증가율을 전년도 물가상승률로 묶어두는 강력한 지출 상한제를 통과시켰다. 국영은행을 동원해 회계를 분식하던 관행도 완전히 사라졌다. 10년 전 오늘 브라질 상원이 내린 판결은 한 대통령을 권좌에서 물러나게 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회계 일자를 조작해 빚을 가리는 순간, 그 가짜 흑자는 국가 신용을 무너뜨리는 가장 비싼 대가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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