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오늘의 역사

"예금자 없다"며 방치한 리먼 파산...월가 독립 투자은행 75년 체제 끝내

자산 6,390억달러 파산에 MMF 1달러 선 무너져...엿새 만에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금융지주사로 전환

리지

2008년 9월 15일1분

Illustration by Gemini

2008년 9월 15일 새벽 리먼브러더스가 미국 뉴욕 남부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자산 6,390억달러에 이르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거대 투자은행이지만 일반 고객의 예금을 받는 창구는 없었다.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는 예금자가 없다는 이유로 구제금융 투입을 거부했다. 월가에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은 엄격히 분리돼 있었다. 상업은행은 가계 예금을 받아 대출을 내줬다. 반면 투자은행은 예금 없이 단기 금융시장에서 매일 밤 돈을 빌려 자산을 운용했다. 정책 당국은 투자은행이 무너져도 손실은 전문 기관투자자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당국의 판단은 하루 만에 빗나갔다. 현대 금융시장에서 기업의 자금은 머니마켓펀드(MMF)에 있었다. 파산 이튿날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MMF가 리먼브러더스 어음을 전액 손실 처리했다. 리먼브러더스 어음 비중은 펀드 자산의 1.2%에 그쳤다. 하지만 MMF의 주당 순자산가치는 97센트로 하락했다.

1달러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다는 MMF의 원금 보장 관행이 깨졌다. 기관투자자들은 이틀 동안 미국 MMF 시장에서 거액을 인출했다. 단기 금융시장의 돈줄이 마르자 대기업조차 급여 지급을 위한 어음을 발행하지 못했다. 예금 창구만 지키면 안전하다는 전제는 도매 자금 시장의 뱅크런 앞에서 무색해졌다.

충격은 월가에 남아 있던 다른 독립계 투자은행으로 확산했다. 자기자본의 30배에 이르는 빚을 끌어다 쓰던 투자은행들은 결제 불능에 빠졌다. 메릴린치는 파산 직전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매각됐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도 하루 만에 대규모 결제 자금이 막혔다.

파산 신청 엿새 뒤 연방준비제도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의 은행 지주사 전환을 긴급 승인했다. 연방준비제도는 의결서에서 두 회사의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중앙은행 창구를 연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독립계 투자은행 간판을 내리고 중앙은행의 엄격한 자본 규제와 감독을 수용했다.

월가를 상징하던 대형 독립계 투자은행 모델은 이번 결정으로 막을 내렸다. 미국 의회는 2010년 도드-프랭크법을 제정해 과도한 차입을 막고 유동성 비율 규제를 도입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금도 모든 대형 금융지주회사에 분기별 자본 건전성 평가와 파산 시 정리 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해 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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