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역사
규제 목록 법 조문서 뺐다...석유 재벌서 빅테크까지 옭아맨 美 FTC
불공정 경쟁 정의 대신 백지 위임...빅테크 독점 막는 핵심 수단으로 진화

1914년 9월 26일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연방거래위원회법에 서명했다. 미국 석유 시장을 독점했던 석유 사업가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 같은 거대 트러스트가 석유와 철도 시장을 장악한 뒤 탄생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시장의 불공정 행위를 상시 감시하는 독립 규제기관의 시초가 됐다.
연방거래위원회는 1914년 거대 기업의 독점을 막고 불공정한 경쟁을 상시 감시하기 위해 미국 의회와 행정부가 설립한 독립 규제기관이다.
연방거래위원회는 대통령의 지시나 법원의 지휘를 받지 않는 5명의 위원이 이끄는 독립행정위원회다. 위원회는 법무부가 연방 법원에 형사 소송을 제기하고 판결을 기다리는 대신 기업 회계장부를 직접 조사하고 불공정 행위에 행정적 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전까지 미국이 독점 기업을 제재하는 수단은 1890년 제정된 미국의 첫 반독점 법률인 셔먼법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셔먼법은 기업이 시장을 완전히 장악해 경쟁자를 몰아낸 뒤에야 법원이 개입했고,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을 해체하는 데만 5년이 걸렸다. 1911년 연방대법원이 오직 비합리적인 독점만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리자 시장은 무엇이 합법이고 어디부터 불법인지조차 가늠하지 못했다.
법안을 설계한 입법자들은 금지 행위를 법 조문에 빽빽하게 나열하지 않았다. 의원들이 금지 대상인 "불공정한 경쟁 방법"의 구체적인 목록을 법에 적자고 요구했지만 입법을 이끈 이들은 끝까지 거부했다. 기업이 경쟁자를 몰아내는 수법은 법문보다 빠르게 진화하므로 목록을 적는 순간 기업은 법에 적히지 않은 새로운 방식으로 규제를 빠져나간다는 판단이었다.
불공정한 경쟁 방법의 구체적 정의를 조문에서 비워 둔 연방거래위원회법 제5조는 100년 동안 시장 규제의 기준을 바꿨다. 철도와 석유 트러스트를 겨냥해 만든 법은 자구 하나 바꾸지 않고도 백화점의 손실 유인 판매, 제약사의 복제약 담합, 통신사의 끼워팔기를 차례로 제재했다. 법원은 시대에 따라 변하는 상거래 관행을 이 조항의 불공정 경쟁으로 폭넓게 인정했다.
오늘날 연방거래위원회는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을 다루는 핵심 규제기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구글의 검색 시장 통제, 메타의 소셜미디어 인수,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사 결합을 심사하고 제재하는 근거도 112년 전 의회가 비워 둔 바로 그 불공정 경쟁 조항이다.
1915년 3월 문을 연 연방거래위원회의 초기 인력은 옛 기업국에서 넘겨받은 150여 명에 불과했다. 오늘날 연방거래위원회는 1,100명이 넘는 전문 인력을 거느리고 전 세계 수조 달러 규모의 기업 결합을 심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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