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오늘의 역사

고객이 떠난 로켓이 궤도에 올랐다...스페이스X가 실은 알루미늄 덩어리

말레이시아 정부가 빠진 자리엔 165kg 육각기둥...소형 발사 시장 열겠다던 팰컨1, 다섯 번 쏘고 은퇴

리지

2008년 9월 28일2분

2008년 9월 28일 마셜제도 콰절레인 환초의 오멜렉섬 발사대에 21미터 로켓이 섰다. 2단에 볼트로 조여 놓은 화물은 길이 1.5미터의 육각기둥 알루미늄 덩어리였다. 무게는 165킬로그램이었고 아무 기능이 없었으며 회사 스티커와 그림 한 장만 붙어 있었다. 세 번 내리 실패한 로켓에 위성을 맡기겠다는 고객은 없었다.

이 로켓은 팰컨1이었다. 일론 머스크가 2002년 세운 스페이스X가 소형 위성을 싸게 궤도에 올리겠다며 민간 자금으로 개발한 2단 액체 연료 로켓으로, 2006년 3월 첫 발사부터 세 번을 내리 놓쳤다. 수백 킬로그램 나가는 소형 위성 하나를 저궤도까지 올려 주는 이런 작은 로켓을 소형 발사체라고 부른다.

이 발사에 태울 예정이던 것은 말레이시아 정부의 위성 라작샛이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빠지고 대신 태울 고객도 나타나지 않자 스페이스X 구조팀 직원들은 아무 기능도 없는 덩어리를 깎아 그 자리를 메웠다. 이름은 구조팀 세 사람의 성을 따 랫샛으로 붙였다. 민간이 돈을 대 개발한 액체 연료 로켓이 궤도에 오른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고, 그때까지 이 일을 해낸 나라는 여섯 곳뿐이었다. 민간 자금으로 궤도 발사체를 만든 전례는 1982년의 민간 로켓 코네스토가와 1990년의 공중 발사 로켓 페가수스 둘이었는데, 페가수스는 땅에서 쏘지 않고 대형 항공기에 매달아 공중에서 떼어내 쏘는 발사체였다.

일론 머스크가 이 작은 로켓부터 만든 이유는 값이었다. 스페이스X는 팰컨1이 저궤도에 600킬로그램을 600만 달러에 올린다고 내세웠다. 킬로그램당 1만 달러다. 스페이스X는 고객마다 값을 달리 부르지 않고 누구에게나 같은 값을 내걸어 소형 위성 발사 시장을 경쟁에 열겠다고 했다.

가격표는 그대로 가지 못했다. 세 번째 실패 뒤 직원들은 공장에 남아 있던 부품으로 여섯 주 만에 네 번째 로켓을 조립했고, 1단을 섬까지 빨리 보내려고 한 직원이 미 공군 수송기 C-17을 50만 달러에 빌렸다. 당시 발사 가격표 670만 달러의 7%를 비행기 한 번에 쓴 것이다. 그 비행 중 1단 탱크가 찌그러져 섬에서 통째로 분해해 고쳤다.

이듬해 7월 팰컨1은 라작샛을 궤도에 올렸다. 첫 상업 발사이자 마지막 발사였고, 팰컨1은 다섯 번 쏘아 두 번 성공한 채로 은퇴했다. 개발에 들어간 9,000만 달러는 NASA가 2011년 상업 시장 평가 보고서에 적고 직접 확인했다고 밝힌 금액인데, 그 돈으로 만든 로켓이 궤도까지 올려 준 고객 위성은 라작샛 하나다. 적재량은 420킬로그램으로 줄고 값은 900만 달러로 올라 킬로그램당 21,400달러가 됐다.

후속 기종 팰컨1e는 1,000킬로그램을 1,100만 달러에 올린다고 내놨다가 수요가 많지 않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물러났다. 회사는 "팰컨1을 사업으로 만들 수 없었다"고 밝혔다. 팰컨1과 1e에 예약돼 있던 화물은 2012년 팰컨9의 남는 적재 공간으로 옮겨 실렸다. 소형 위성을 쏘려는 사람은 전용 로켓을 사는 대신 큰 로켓의 빈자리를 사게 됐다.

팰컨1의 1단에 달렸던 멀린1C 엔진은 팰컨9의 초기 다섯 번 비행에 그대로 들어갔다. NASA는 이 상업 시장 평가 보고서에 팰컨9 개발비 3억 달러를 더해 3억9,000만 달러라고 적었다. 고객 없이 올라간 그 알루미늄 덩어리는 2단에 볼트로 붙은 채 621~643킬로미터 궤도를 돌았고, 2021년에도 이 궤도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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