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오늘의 역사

모기지 채권 치운다더니 월가 주주로...7000억달러 기금의 반전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 모기지 매입은 5%...은행 지분을 직접 인수해 153억달러 이익

리지

2008년 10월 3일2분

Illustration by Gemini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08년 10월 3일 백악관에서 7,000억달러 규모 긴급경제안정화법안에 서명했다. 미 연방 하원이 찬성 263표, 반대 171표로 법안을 가결한 지 몇 시간 만이었다. 의원들은 나흘 전 1차 표결에서 법안을 부결시킨 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하루 만에 777포인트 급락하자 찬성표를 던졌다.

구제금융은 도산 위기에 몰린 금융기관에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시장 안정을 꾀하는 제도다. 미국 의회가 통과시킨 법안 제2조는 법 제정의 목적을 미국 금융시스템의 "유동성과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라고 밝혔다. 핵심 구상은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이었다. 정부가 7,000억달러 공적자금을 들여 금융회사들이 보유한 부실 주택저당증권(모기지 채권)을 사들인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정부가 사들인 부실 모기지 채권은 전체 집행액 4,435억달러 중 219억달러(5%) 수준이었다.

부실채권의 가치를 산정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부실채권을 당시 폭락한 시장 가격으로 사들이면 은행은 대규모 장부상 손실을 확정해 자본이 급감할 위험이 있었다. 반면 정부가 시장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사들이면 금융회사의 부실을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 준다는 비판이 일었다. 채권 가격을 평가하는 작업 탓에 신속한 자금 집행이 어려웠다.

미국 재무부는 법안 서명 열흘 만에 부실자산 매입 방침을 철회했다. 재무부는 부실채권을 골라내는 대신 은행의 우선주 지분을 직접 인수해 자기자본을 확충해 주는 자본확충프로그램(CPP)을 도입했다. 재무부는 10월 13일 월가 9대 대형 은행 최고경영자들을 워싱턴으로 소집해 1,250억달러 규모 지분 인수를 요구했다.

재무부는 건전한 은행에도 정부 지분 인수를 받아들이라고 촉구했다. 부실한 은행만 지원을 받으면 부실 은행에 예금 인출이 집중돼 파산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정부가 민간 대형 은행의 주주로 직접 참여하는 전례 없는 조치였지만 은행 간 대출 금리가 내려가며 자금 거래가 정상화됐다.

자본 투입은 국고 손실로 끝나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금융 부문에 투입한 4,264억달러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배당금과 신주인수권 매각을 통해 총 4,417억달러를 거둬들였다. 재무부는 153억달러 투자이익을 남기고 보유 지분을 전량 처분했다.

정부 지분 인수는 대형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미국 의회는 2010년 도드-프랭크법을 제정해 금융지주회사의 자본 비율 요건을 대폭 높이고 위험 투자를 제한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금도 자산 1,000억달러 이상 대형 은행을 상대로 매년 종합자본분석검토(CCAR)를 실시해 위기 대응력을 점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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