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오늘의 역사

정부가 승인한 CBS 컬러 방송...방송 시작 넉 달 만에 중단

기존 흑백 TV와 호환 불가, 전시 생산 중단 요청...색을 차례로 표시하는 원리는 아폴로 카메라와 일부 DLP에 활용

리지

1950년 10월 11일3분

Illustration by Gemini

76년 전 오늘,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영상을 여러 색으로 보여주는 컬러텔레비전의 미국 최초 상업용 방송 표준을 채택했다. 이 표준은 1950년 10월 11일 승인된 컬럼비아 방송사(CBS)의 필드 순차 방식으로, 기존 흑백 TV에서는 이 방식의 영상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CBS는 이 표준으로 이듬해 방송을 시작했지만 약 넉 달 만에 중단했다.

CBS 방식에서는 카메라가 빨강, 녹색, 파랑 영상을 번갈아 촬영하고, TV가 그 촬영 순서에 맞춰 색별 영상을 차례로 표시했다. 카메라는 회전하는 삼색 필터를 통해 각 색의 영상을 촬영했다. TV는 브라운관 화면 앞의 색 바퀴를 촬영 순서에 맞춰 돌려 컬러 영상을 표시했다. 색 바퀴는 분당 1440회 회전했다.

각 색의 화면을 차례로 표시하는 방식에서는 깜빡임을 줄이기 위해 더 자주 화면을 훑어야 했다. 필드는 화면을 가로로 훑어 영상을 만드는 줄인 주사선을 홀수 줄과 짝수 줄로 나눴을 때 어느 한쪽을 한 번 훑는 단위다. CBS 방식은 필드마다 색을 바꿔 보냈다. 세 색 각각의 홀수·짝수 주사선을 모두 보내는 데 색당 두 필드씩, 컬러 화면 하나에 총 여섯 필드가 필요했다. 초당 컬러 화면 24개를 보내려면 초당 144필드가 필요해 기존 흑백 방송의 초당 60필드보다 전송 부담이 커졌다.

CBS는 방송 채널의 6MHz 대역폭 안에 신호를 보내려고 주사선 수를 기존 흑백의 525선에서 405선으로 줄였다. 화면을 훑는 속도와 주사선 수가 달라 기존 흑백 수상기는 CBS 컬러 방송의 정상 영상을 표시하지 못했다. 기존 수상기로 이 방송을 흑백으로 보려면 어댑터를, 컬러로 보려면 색을 표시하는 변환 장치까지 추가해야 했다. 기존 흑백 방송은 그 수상기로 계속 볼 수 있었다.

다른 제조사들은 CBS 방식 컬러 TV 생산에 협조하지 않았다. CBS는 TV 공급을 확보하려고 1951년 텔레비전 제조사를 보유한 하이트론을 인수했다. CBS는 그해 9월에 컬러 TV 생산에 들어갔다. 이 TV는 컬러와 흑백을 전환하는 조작부가 있어 기존 흑백 방송도 볼 수 있었다.

방송은 수상기 생산보다 먼저 시작됐다. CBS는 1951년 6월 25일 뉴욕에서 첫 상업용 컬러 프로그램을 내보냈고, 다음 날 정규 편성 방송을 시작했다. 그러나 수상기 판매가 시작된 지 한 달도 안 돼 생산 중단 요청을 받았다. 한국전쟁이 진행 중이던 10월 19일, 미국 정부는 국방용 자원을 보전하려고 CBS에 컬러 수상기 대량생산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CBS는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컬러 방송도 중단하기로 했다. CBS는 1951년 10월 20일 노스캐롤라이나대와 메릴랜드대의 미식축구 경기 중계를 끝으로 컬러 방송을 중단했다. 첫 상업 방송부터 방송 중단까지 117일, 약 넉 달이 지났지만 TV 판매 기간은 그보다 훨씬 짧았다. CBS의 방송 중단을 기존 TV와의 호환 문제나 소비자의 외면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CBS는 1953년 3월 자체 컬러 방송 방식을 재개할 계획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공식 방송 표준은 FCC가 바꿨다. FCC는 그해 12월 17일 NTSC 컬러 방송 방식을 새 표준으로 승인했다. 새 방식으로 방송하면 기존 흑백 TV에서도 컬러 방송을 흑백 영상으로 볼 수 있었다. 미국 컬러 방송 표준은 기존 TV와 호환되는 방식으로 교체됐다.

방송 표준에서 제외된 필드 순차 방식은 이후 우주용 카메라에 쓰였다. 196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아폴로 계획에 사용할 작고 가벼운 컬러 카메라가 필요했다. 당시 스튜디오용 컬러 카메라는 빨강, 녹색, 파랑 영상을 각각 담당하는 촬상관 3개를 써 크기와 무게, 전력 소모 때문에 사용에 제약이 있었다. CBS의 순차 색 방식은 색 바퀴로 한 촬상관에 각 색의 영상을 차례로 받아 컬러 영상을 촬영했다. 웨스팅하우스 기술진은 단일 촬상관을 쓰는 CBS 방식을 개조해 렌즈와 촬상관 사이에 색 바퀴를 단 우주용 카메라를 만들었다.

작은 카메라를 개발하는 일과 가정용 TV에서 그 영상을 볼 수 있게 하는 일은 각각 해결해야 했다. 지상에서는 카메라가 보낸 순차 색 신호를 받아 색별 영상을 저장하고 조합해 NTSC 방송용 신호로 변환했다. 이렇게 변환한 영상은 가정의 TV에 CBS용 장치를 추가하지 않아도 볼 수 있었다. 이 카메라는 1969년 5월 아폴로 10호에 처음 실린 데 이어 아폴로 12호와 14호에서도 달 표면 영상을 지구로 전송했다. 아폴로 12호의 중계는 초기 전송 뒤 카메라가 태양을 향하다 손상되면서 끝났다.

오늘날 색 바퀴를 사용하는 일부 단일 칩 디지털 광학 처리(DLP) 프로젝터도 회전하는 필터로 빛의 색을 차례로 바꿔 컬러 영상을 만든다. LED나 RGB 레이저로 색을 만드는 단일 칩 DLP는 색 바퀴 없이 작동한다. 76년 전 승인된 CBS 방송 표준은 교체됐지만 회전 필터로 색을 차례로 표시하는 원리는 색 바퀴를 쓰는 DLP 프로젝터에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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