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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선언하고도 우크라이나 법으로 선거 치르기로 합의했던 도네츠크

민스크 협정의 특별지위 자치 구상...2022년 러시아의 독립 승인과 병합 시도로

박정우 작가

도네츠크 인민공화국3분

도네츠크 인민공화국은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독립을 선언했으나 폭넓은 국제적 승인을 받지 못한 정권이다. 이듬해 2월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체결된 협정 패키지 문서 맨 끝에는 이 정권의 지도자 알렉산드르 자하르첸코의 서명이 있다.

하지만 분리 독립을 선언한 정권의 수반이 서명한 이 협정은 정작 도네츠크 지역의 선거를 우크라이나 법률과 해당 지역의 임시 지방자치법에 따라 치르도록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며칠 뒤 결의로 이 협정 패키지를 지지했다. 독립국을 자처하던 정권이 우크라이나 법에 따른 지방선거를 치르는 협정에 서명한 배경에는 국제정치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다.

친러시아 무장세력이 관공서를 장악하고 분리 독립을 선언했으나 이 지역의 실제 권력관계는 독립 선언과 달랐다.

사법기관인 유럽인권재판소는 러시아가 군대를 주둔시키고 지원하면서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을 근거로, 2014년 5월 11일부터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분리주의 세력이 통제한 지역이 러시아의 실효적 지배 아래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소는 유럽인권협약상 러시아의 관할권이 훗날의 독립 승인 이전부터 줄곧 이어졌다고 본 것이다.

2014년 4월 도네츠크주 슬라뱐스크 시의회를 장악한 친러시아 무장대원들. 사진 예우헨 나사듀크, CC BY-SA 3.0, 위키피디아

교전이 격화되자 국제사회의 중재로 마련된 민스크 협정은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을 전제로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 일부 지역에 특별지위를 부여하는 구상을 제시했다. 우크라이나의 분권을 핵심으로 하는 헌법 개혁과 해당 지역의 특별지위에 관한 영구 입법을 요구했다.

협정 주석은 지방자치기관이 해당 지역 검찰기관과 법원의 책임자 임명에 참여하고, 지방의회 결정에 따라 공공질서 유지를 위한 인민경찰 조직을 둘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이 협정을 통해 서로 정반대의 결과를 기대했다. 협정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국경 통제권을 회복하는 절차를 지방선거 다음 날 시작해 포괄적인 정치적 해결을 마친 뒤에야 완료하도록 하면서, 분권 개헌과 특별지위 입법을 지역 대표들과 협의·합의해 이행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다른 조항에서는 외국 무장세력과 군사장비의 철수, 불법 무장단체의 무장해제를 요구했다.

채텀하우스의 던컨 앨런 연구원은 점령 지역의 형식적 재편입과 광범위한 자치를 맞바꿔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의 의사결정과 서방 통합 행보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구상으로 러시아의 전략을 해석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의 철수와 국경 통제권 회복을 정치적 해결에 앞세운 반면, 러시아는 도네츠크의 선거와 권한 이양을 통제권 반환보다 우선시하며 맞섰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여러 해 동안 특별지위 구상의 이행이 진전되지 않던 가운데 2022년 2월 21일 러시아의 전격적인 독립 승인으로 특별지위의 틀이 무너졌다. 당일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러시아 대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 인민공화국의 독립 승인 명령에 서명했다고 확인하면서도 독립 승인으로 민스크 협정의 당사자 구성이 바뀌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흘 뒤 푸틴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도네츠크의 군사지원 요청과 우호·상호원조조약 이행, 유엔 헌장 51조를 내세워 군사작전을 선언했다. 러시아는 도네츠크를 우크라이나 내 자치 지역으로 두고 영향력을 행사하려던 구상을 접고 도네츠크를 조약 체결의 상대방인 독립국으로 취급해 군사 개입의 명분으로 삼았다.

러시아는 그해 가을 주민투표를 거쳐 도네츠크를 자국 영토로 병합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유엔 총회는 결의를 채택해 이 병합 시도를 규탄했다. 유엔 총회는 무력 위협으로 진행된 주민투표와 병합 조치가 국제법상 효력이 없으며 우크라이나 영토의 지위를 변경할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민스크의 특별지위 구상에서는 도네츠크를 우크라이나 안에 두면서도 러시아가 자치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가 있었다. 2022년 러시아는 도네츠크를 독립국으로 승인하고 그 정권의 지원 요청과 조약을 군사 개입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러시아가 도네츠크를 대하는 방식은 바뀌었지만, 승인과 뒤이은 병합 시도는 유엔 총회가 재확인한 우크라이나의 국경을 바꾸는 근거가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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