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역사
영국, 독자 로켓 사업 접고 위성 연구는 이어갔다
후속 시험 위성 미란다는 미국 스카우트 로켓으로 발사
‘프로스페로.’
영국이 쏘아 올린 인공위성의 이름이다. 1971년 10월 28일 호주 남부 우메라 발사장에서 영국의 3단 발사체 ‘블랙 애로 R3’가 발사됐다. 지금으로부터 55년 전 일이다.
로켓 상단에는 영국 국책 연구기관인 왕립항공연구원이 제작한 시험 위성 프로스페로가 실려 있었다. 3단 고체 모터가 위성을 궤도에 올리면서 영국은 소련과 미국, 프랑스, 일본,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독자 발사체로 위성을 궤도에 올린 나라가 됐다.
이번 발사를 끝으로 블랙 애로의 발사를 중단하기로 이미 결정된 상태였다. 발사 석 달 전인 7월 29일 프레더릭 코필드 영국 통상산업부 항공우주 담당 장관은 하원 서면답변에서 그해 예정된 X3 위성 발사를 진행한 뒤 블랙 애로 프로그램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업 중단에 따라 위성 이름도 바뀌었다. 원래 이름은 셰익스피어 희곡 ‘한여름 밤의 꿈’의 요정 ‘퍽’이었으나 ‘프로스페로’로 바뀌었다. 프로스페로는 ‘템페스트’에서 마법을 포기하고 자신의 책을 바다에 가라앉히겠다고 선언하는 주인공의 이름이었다.
영국은 왜 성공 문턱에서 발사체를 포기했을까. 영국 정부가 로켓 사업을 중단한 배경에는 비용과 효과의 비교가 있었다. 정부는 제한적인 발사 능력을 유지하는 데 국가 우주기술 프로그램의 자원이 과도하게 투입돼 다른 연구의 범위까지 제약한다고 판단했다.
발사체와 여기에 탑재할 위성에 투자하는 금액에도 큰 차이가 있었다. 런던 과학박물관의 사업사 연구에 따르면 당시 영국 정부는 블랙 애로에 탑재할 위성보다 발사체 사업에 네 배 넘는 돈을 쓰고 있었다. 당시 영국 국방부는 비슷한 탑재 능력을 갖춘 미국 ‘스카우트’ 로켓을 이용하는 편이 비용이 적게 든다고 판단했다.
발사체는 위성을 궤도로 운반하고, 위성은 궤도에서 관측과 통신 등을 담당한다. 블랙 애로도 원래 위성 부품과 시스템을 우주 환경에서 시험하기 위해 개발한 로켓이었다. 영국 정부는 발사체 사업의 종료를 발표하면서도 기초 위성 기술 연구와 후속 시험 위성 미란다(X4)의 개발은 계속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X4를 NASA에서 구매할 스카우트 로켓으로 1974년에 발사할 계획이었다.
블랙 애로 R4에 탑재할 예정이던 시험 위성 미란다(Miranda·X4)는 1974년 3월 9일 미국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스카우트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영국이 NASA에 발사체와 발사 서비스 비용을 상환하는 협약에 따른 발사였다. 연구진은 미란다로 위성의 자세 제어 장치와 센서, 태양전지를 시험했다. 독자 로켓 개발을 중단한 뒤에도 연구진은 외국 발사체를 이용해 위성 기술을 우주에서 시험하는 연구를 계속했다.
다섯 번째 블랙 애로 로켓인 R4는 발사되지 못한 채 런던 과학박물관 천장에 매달렸다. 영국은 세계에서 독자 위성 발사 능력을 확보하고도 스스로 이를 포기한 유일한 나라로 남았다.
그렇지만 발사체 개발을 포기한 뒤에도 영국의 우주 기술 개발은 계속됐다. 서리대학교 연구진은 1970년대 말 시판 부품으로 위성을 만드는 실험을 시작해 1981년 UoSAT-1을 발사했다. 연구진이 이 연구를 사업화하려고 1985년 설립한 ‘서리 새틀라이트 테크놀로지’는 저비용 소형 위성의 개발과 상용화를 이끌며 글로벌 소형 위성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았다.
위성 통신 서비스도 오늘까지 이어진다. 현재 런던의 바이아샛 관제센터는 인마샛에서 이어진 위성망의 항공·해상 통신을 관리한다. 항공 교통 관제에 필요한 통신을 지원하고 선박의 조난 신호를 전달하는 서비스다.
우메라 사막을 떠난 프로스페로는 지금도 지구 상공을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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