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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 아프리카 핵심광물 수출길 "로비토 철도"에 공적 금융 투입
민간 운영사에 선순위 대출, 지분투자자에 위험 보장 제공...농촌 연결도로 등 주변 지역 개발도 지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미국의 대아프리카 직접투자에서 광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4%에 달했다. 미국 정부의 개발금융기관인 국제개발금융공사(DFC)는 2025년 12월 앙골라의 철도와 광물항 개보수·운영을 지원하는 5억 5,300만 달러의 대출 계약도 체결했다. 미국이 아프리카 광산에서 항구로 이어지는 철길까지 공적 금융으로 지원하는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코퍼벨트에서 대서양으로 향하는 수출로
철도가 연결하는 광물 산지는 콩고민주공화국과 잠비아에 걸친 코퍼벨트다. 잠비아 루안샤에서 DR콩고 콜웨지까지 약 500km에 이르는 구리·코발트 매장지대로, 보고서는 세계 1차 코발트 생산의 50% 이상이 이곳에서 나온다고 설명한다. 기술·방위산업에 필요한 광물을 확보하려면 내륙에서 바다까지 운반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 수출 경로에는 잠비아와 탄자니아를 잇는 타자라 철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항으로 향하는 경로가 있었다.
로비토 회랑은 이 광물 산지를 앙골라 대서양 연안의 로비토항과 연결한다. 미국과 유럽은 서쪽 수출 경로를 확충해 핵심광물을 확보하기 쉽게 하려 한다. DFC는 중국을 비롯한 전략적 경쟁국의 공급망 독점을 막는 것도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다. 철도에 공적 금융을 투입하는 것은 앞으로 광물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도록 운송 기반을 확충하려는 투자다.
이 경로를 통한 광물 수출은 이미 시작됐다. 원자재 유통기업 트라피구라는 2024년 8월 로비토항에서 처음으로 미국행 구리가 선적됐으며 그에 앞서 유럽행 수출도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당시 미국 볼티모어로 보낼 구리는 콜웨지에서 열차로 출발한 지 6일 만에 로비토에 도착했다. 이번 앙골라 사업은 로비토항에서 국경도시 루아우까지 이어지는 1,289km의 기존 벵겔라 철도와 광물항을 개보수해 수송 능력과 효율을 높이는 사업이다.
로비토 회랑 가운데 금융 조달이 확정된 구간은 이 앙골라 본선이며, DR콩고 구간과 잠비아 신설 구간은 아직 확정 전이다. DFC는 앙골라 사업을 통해 로비토항의 연간 수송 능력이 약 10배인 460만 톤으로 확대되고 핵심광물 운송비는 최대 30%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 철도 사업의 위험 분담과 주변 지역 개발
앙골라 정부는 민간 컨소시엄에 30년간 철도를 운영할 수 있는 사업권인 콘세션을 부여했다. 트라피구라, 건설·인프라 기업 모타엔질, 철도 운영사 벡투리스가 구성한 로비토 아틀란틱 레일웨이(LAR)가 운영과 유지보수를 맡는다. 정부에 차관을 제공하는 방식과 달리 이 사업에서는 민간 운영사가 공적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한다. 공적 재원으로 민간 사업을 지원하는 개발금융 방식이다.
2025년 12월 17일 체결한 금융 계약에 따라 DFC가 LAR에 제공하는 5억 5,300만 달러는 15년 만기 선순위 담보대출이다. 여기에 남아프리카개발은행(DBSA)이 승인한 한도인 최대 2억 달러의 선순위 대출을 더하면 금융 계약 규모는 합계 최대 7억 5,300만 달러다. 운영사는 공적 대출로 철도·항만 개보수와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한다.
세계은행그룹 산하 국제투자보증기구(MIGA)는 투자자의 정치적 위험을 분담한다. 이 기구는 모타엔질이 LAR에 투자한 지분에 대해 수용, 전쟁·내란, 계약 위반으로 입는 손실을 보장하는 보험을 제공했다. 운영사가 대출로 철도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한다면 민간 사업주는 이 보험으로 지분투자에 따른 특정 위험을 줄인다.
광물을 운반할 철도 사업이 성립하는 것과 주변 지역에 편익이 확산되는 것은 별도의 과제다. 보고서는 학계와 현지 시민사회에서 로비토 회랑이 원자재 반출에 집중돼 지역개발 성과로 이어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전한다. EU는 광물 반출에 편익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고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참여국과 기관들은 2023년 양해각서 단계부터 농업 가치사슬과 에너지 등 지역개발 목표를 명시했다.
아프리카개발은행은 앙골라 동부 농업 가치사슬 개발사업에 2억 1,140만 달러의 금융 지원을 승인했다. 이 사업에는 농촌 연결도로 400km를 개보수해 농가를 시장과 가공시설, 로비토 회랑에 연결하는 계획이 포함됐다. 광산에서 항구까지 이어지는 간선 철도에 더해 농산물을 생산지에서 시장으로 운반할 경로를 마련하는 사업이다.
EU와 회원국, 유럽투자은행 등이 참여하는 팀 유럽은 앙골라·DR콩고·잠비아의 회랑 전반에 20억 유로 이상을 투자한다. 투자 대상에는 교통·에너지·용수와 민간투자, 직업훈련과 농업 지원이 포함된다. EU와 네덜란드는 앙골라의 회랑 철도 옆 카알라 물류 플랫폼도 지원해 지역 생산물의 저장과 취급, 운송 효율을 높이려 한다.
농촌 연결도로와 물류시설은 농가의 생산물이 철도 수송망과 시장에 닿도록 하는 투자다. 철도 운영사에 대한 대출과 투자자의 정치적 위험 보장에, EU의 무상원조와 아프리카개발은행의 개발 재원이 더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광물을 항구로 운반할 능력을 키우면서 주변 지역의 생산자도 그 운송망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서로 다른 공적 재원을 결합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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