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주가 뒤의 숫자

최대 실적 뒤 상반기 적자 낸 선익시스템, BOE 후속 장비 제작 중

1분기에는 전환사채 평가손실 344억원이 순손실을 키웠습니다.

박정우 작가

선익시스템3분

Illustration by Gemini

선익시스템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매출 5,158억원과 영업이익 1,115억원을 올렸습니다. 중국 BOE에 공급한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증착장비의 매출이 반영된 해였습니다. 주가는 올해 2월 14만4,000원까지 올랐지요.

하지만 선익시스템은 올해 상반기에 매출이 지난해 상반기 약 2,059억원에서 363억원으로 약 82% 감소했고 영업손실 87억원을 냈습니다. 10월 24일 기준 주가는 8만4,600원으로 올해 2월 고가보다 약 41% 낮습니다. 최대 실적을 낸 뒤 곧바로 적자로 돌아선 이유와 앞으로 매출을 회복할 근거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선익시스템의 주력 제품은 OLED 디스플레이 제조에 쓰이는 유기물 증착장비입니다. 진공 챔버 안에서 유기 발광 재료를 가열해 기체로 만든 뒤 기판 위에 얇고 균일한 층을 형성하는 설비인데요. 대형 양산용 증착기 시장은 과거 일본 업체가 독점했습니다. 선익시스템이 2016년 국내 고객사에 양산장비를 공급하면서 이 시장은 과점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선익시스템은 2009년 동아엘텍에 인수된 이후 기술 개발을 이어왔고 노트북과 태블릿용 8.6세대 패널 투자가 시작되자 BOE의 청두 B16 생산라인에 쓰일 대형 장비를 수주했습니다. 이 회사는 2024년 체결한 공급계약에 따라 지난해 12월 장비 납품을 마쳤습니다. 지난해에는 이 대형 계약이 실적에 반영되면서 매출이 늘었습니다.

선익시스템은 올해 후속 장비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BOE와 2월에 추가 공급계약을 맺어 반기보고서 제출일 현재 장비를 제작하고 있었지요. 선익시스템은 장비 판매와 설치·셋업 등 기술지원에 따른 수행의무를 구분해 매출을 인식하며 일부 장비 계약은 제작 기간에 걸쳐 매출을 반영합니다. 고객사의 투자와 계약 이행 일정에 따라 매출이 반영되는 시기와 규모가 달라지는 구조입니다. 후속 계약을 체결했다고 해서 지난해 대형 장비를 납품했을 때만큼 매출이 곧바로 실적에 반영되지는 않습니다.

지난해 2분기 매출은 약 1,901억원이었지만 올해 2분기는 202억원에 그쳤고, 영업손실은 101억원이었습니다. 1분기에 냈던 영업이익 15억원을 더해도 상반기 누적 영업손실은 87억원입니다.

그런데 1분기에는 영업 실적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손실도 있었습니다. 선익시스템은 매출 161억원에 영업이익 15억원으로 흑자를 냈는데 당기순손실은 196억원에 달했습니다.

선익시스템 주가 (단위=원, 월봉 종가) 0 50,000 100,000 150,000 2020 2022 2024 2026 8,430 84,600
2026년 2월 고가 14만4,000원과 비교하면 10월 24일 기준 주가 8만4,600원은 약 41% 낮습니다.

이 회사는 2024년 6월 420억원 규모의 제1회 사모 전환사채를 발행했습니다. 전환가격은 4만9,591원이었는데요. 올해 2월 주가가 14만4,000원까지 오르면서 사채권자가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전환권의 가치도 높아졌습니다.

이 전환사채의 전환권과 조기상환청구권은 파생상품부채로 분류돼 있었습니다. 주가 상승으로 전환권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이를 포함한 파생상품부채의 가치가 증가해 회사에는 평가손실이 발생했습니다. 1분기에 이 파생상품부채를 평가하면서 발생한 파생상품평가손실은 343억8,095만원으로, 회사가 영업이익을 내고도 큰 순손실을 기록한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이 평가손실로 현금이 실제로 유출되지는 않았습니다. 해당 전환사채는 상반기 중 상환되거나 주식으로 전환됐습니다.

선익시스템은 앞으로 매출로 이어질 계약도 확보하고 있습니다. 6월 말 기준 증착장비 수주잔고는 6,42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매출 5,158억원보다 1,200억원 이상 많습니다. 이 회사는 BOE 후속 장비도 이미 계약을 맺고 제작하고 있어 기존 대형 장비 납품 이후에도 매출을 낼 기반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선익시스템은 대형 디스플레이 설비 투자에 따른 실적 변동을 줄일 제품으로 스마트안경이나 확장현실 기기에 쓰이는 올레도스(OLEDoS)용 증착장비를 키우고 있습니다. 올레도스는 실리콘 웨이퍼 위에 작은 화소를 촘촘하게 배치하는 디스플레이인데요. 선익시스템은 이 증착장비 시장에서 자사의 세계 점유율을 90%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생산라인 한 곳에 공급하는 장비 가격은 300억원을 넘습니다. 지난해까지 연간 한두 건 수준이던 생산라인 수주는 올해 상반기에만 세 건으로 늘었습니다.

BOE 후속 계약과 늘어난 올레도스 수주로 선익시스템은 매출을 회복할 기반을 확보했습니다. 다만 BOE 후속 장비의 납품 일정은 고객사의 가동 목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난해 최대 실적을 낸 회사가 올해 상반기에 적자로 돌아선 이유를 이해하려면 대형 계약이 실적에 반영되는 간격을 봐야 합니다. 확보한 수주를 바탕으로 매출을 낼 수는 있지만 지난해 규모의 매출과 이익을 다시 낼 시점까지 정해지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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