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 경제학

세상의 흐름

AI 기업 채무조정 때 부도보험금, 계약 조건에 달렸다

알티스, 채권 인도 불가능하면...현금·새 채권·지분으로 대체 결제

박정우 작가

신용부도스왑2분

인공지능(AI) 기업의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가 신용부도스왑(CDS)을 함께 매수하면 채권의 신용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 미국의 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의 5년 만기 CDS 프리미엄은 2026년 10월 15일 장중 1194.5bp까지 치솟았다. 1bp는 0.01%포인트다. 1194.5bp는 보장 대상 원금 대비 연율로 환산한 보장 비용이 11.945%라는 뜻이다. 실제 보장 비용은 고정 쿠폰과 선급금으로 나뉜다. 이런 비용을 들여 CDS를 매수하면 채무조정 때 발생하는 채권 손실도 보장받을 수 있을까.

CDS는 매수자가 매도자에게 비용을 지급하고 계약에서 정한 신용사건이 발생하면 보상받는 파생상품 계약이다. CDS를 매수한 채권 투자자는 계약상 신용사건이 발생하면 현금결제를 통해 보장 원금과 정산에 적용하는 회수가치의 차액을 받는다. 채권을 인도하는 실물결제에서는 계약 조건에 맞는 채권을 매도자에게 인도하고 액면금액을 받는다. CDS만 보유한 매수자에게 액면 전액을 지급하는 구조는 아니다.

CDS의 지급 사유가 되는 신용사건은 개별 계약에서 정한다. 국제스왑파생상품협회(ISDA)의 2014 신용파생상품 정의는 파산과 지급불이행 등 여러 사건을 정의하고 거래 당사자가 계약에서 지정한 사건을 적용하도록 한다. 주가 하락이나 실적 부진 자체는 신용사건이 아니다.

채무재조정을 신용사건에 포함하는지도 계약 유형에 따라 다르다. 청산기관 LCH의 북미 기업 표준 거래 조건은 채무재조정을 신용사건에서 제외한다. 이 조건이 적용되는 CDS라면 AI 기업이 채권자와 합의해 채무를 줄여 채권자에게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계약에 포함된 다른 신용사건이 없으면 정산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채권자가 손실을 부담해도 CDS 지급 사유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신용사건이 인정된 뒤에는 정산에 사용할 채권의 거래 조건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프랑스 통신기업 알티스 프랑스의 2025년 구조조정이 그런 사례다. 회사가 채권자들과 맺은 기본협약은 기존 채무를 조정하고 채권자에게 현금과 지분, 회사가 발행하는 신규 담보부 채무증권을 제공하는 내용이었다. 신용파생상품 결정위원회는 금융회사들이 참여해 CDS의 신용사건 발생 여부를 판정하는 기구다. 위원회는 6월 9일 결정에서 알티스 프랑스에 5월 27일 파산 신용사건이 발생했다고 인정했다.

경매에 따른 채권 인도가 문제였다. 8월 20일 결정위원회 설명에 따르면 인도 가능한 채무의 95%를 넘는 부분에 구조조정 기본협약이 적용되고 있었다. 협약의 양도 제한 때문에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상대방에게는 채권을 인도하지 못할 수 있었다. CDS 정산금의 기준가격을 정하는 경매에서도 실제로 채권을 인도하고 인수하는 거래가 이뤄진다. 결정위원회는 7월 설명에서 양도 제한이 없는 채권의 유동성이 부족하면 인도하지 못한 채권을 대신 매입하는 가격이 해당 채권의 신용손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정위원회는 8월 20일 경매 관련 거래에서 채권 인도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의 결제 방식을 제시했다. 기존 채권 대신 구조조정 후 해당 채권을 대체하는 현금, 신규 채무증권과 지분을 묶어 인도하도록 했다. 신용사건을 인정한 뒤에도 채무 교환과 양도 제한 때문에 회수자산을 인도하는 방식을 조정해야 했다.

경매는 2025년 8월 27일 열렸다. 알티스의 CDS 보호를 매수했던 포트레이크 펀드의 월간 보고서는 회수가격이 액면의 87.75%였다고 기록했다. 이 가격을 적용한 CDS의 현금 정산 차액은 보장 원금의 12.25%다. 펀드는 보호를 매수한 가격 덕분에 이 거래에서 상당한 이익을 얻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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