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흐름
복지 늘린 룰라 정부, 금리 부담도 낮출 수 있을까
브라질 연방 예산 기초지출의 92%는 의무지출
2026년 10월 25일 치러진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51.79%를 득표해 4선에 성공했다. 정부는 9월 저소득층 지원 프로그램인 보우사 파밀리아의 급여를 약 15% 인상한다고 발표한 뒤 10월 지급분부터 인상액을 적용했다.
당선 확정 직후 미국 증시 야간 거래에서는 브라질 주요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가 급락했다. 선거 뒤에도 룰라 정부가 복지 확대를 이어가면서 재정을 개선하고 금리 부담을 낮출 수 있을지가 쟁점으로 남았다.
브라질의 2026년 연방 예산에서 의무지출은 기초지출의 92%를 차지한다. 기초지출은 국채 이자와 상환 등 금융지출을 제외한 지출로, 연방 전체 지출의 약 절반에 해당한다. 기초지출 중에서는 헌법과 법률, 정부 계약에 따라 지급해야 하는 연금과 인건비, 지방정부 이전금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정부가 용도를 조정할 수 있는 재량지출은 8%에 그친다. 정부가 예산을 다시 짜더라도 기존의 지급 의무를 따라야 한다.
이처럼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근거는 1988년 헌법에 있다. 20여 년간의 군사독재 이후 제정된 헌법은 국민의 사회적 권리와 국가의 복지 의무를 상세히 규정했다. 공무원 보수는 헌법에 정한 예외를 제외하면 삭감하지 못하도록 했다. 노동소득을 대체하는 연금 등 사회보험 급여는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본인이나 가족의 도움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장애인과 노인에게도 법률이 정한 요건에 따라 최저임금 상당의 월 급여를 지급하도록 했다.
헌법에 규정된 지급 의무를 바꾸려면 상하원에서 각각 두 차례 표결을 거쳐 모두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실제로 브라질 의회는 2019년 헌법수정 제103호로 연금 수급 연령 요건과 기여율 등을 바꿨다. 수급 조건을 고치는 개혁은 이뤄졌지만 최저임금에 연동된 급여 하한은 유지됐다.
최저임금의 인상 폭은 법률로 정한다. 기본적으로 전년 11월까지 12개월간의 전국소비자물가지수(INPC) 상승률을 반영해 구매력을 보전하고, 2년 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따라 실질 인상률을 정한다. 2024년에는 법률을 바꿔 2025~2030년 실질 인상률을 재정준칙에 따른 범위로 제한했다. 실질 인상률의 상한은 2.5%다.
인상 폭을 제한해도 최저임금이 오르면 정부는 최저임금 수준의 연금을 받는 사람과 최저임금 상당의 복지급여를 받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 지급 대상이 같아도 정부가 해당 급여에 배정해야 할 예산은 늘어난다. 급여 하한을 보장하는 헌법과 최저임금 인상 폭을 정하는 법률이 맞물려 정부 지출이 늘어나는 구조다.
정부는 2023년 도입한 재정준칙에 따라 지출 증가 한도와 기초수지 목표도 지켜야 한다. 의무지출이 한도 안에서 더 많은 몫을 차지하면 인프라와 연구 등에 배정할 재량지출이 압박을 받는다. 수지 개선을 위해서는 세입을 늘리거나 지출 규칙을 조정할 수도 있지만, 예산 집행을 줄이는 방식으로 당장 손댈 수 있는 범위는 좁다. IMF는 2025년에도 급여 연동 등 지출 경직성이 향후 지출 한도 준수를 어렵게 하고 새로운 우선사업에 쓸 여력을 제약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부담이 금리로 이어지는 경로는 과거 재정정책 변경에서도 드러났다. IMF의 2025년 분석에 따르면 브라질 정부가 2024년 4월 기초수지 목표를 하향한 뒤 재정준칙의 신뢰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장기 국채금리가 올랐다. IMF는 위험 프리미엄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했다. 지출을 조정해 부채를 관리할 수 있다는 신뢰가 약해지면 정부가 돈을 빌릴 때 부담하는 금리에도 압력이 생긴다.
재정 확대가 수요와 기대물가를 높이면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도 어려워질 수 있다. IMF는 2025년 브라질의 금리 인상 배경으로 물가 목표를 웃도는 기대인플레이션과 수요 압력을 들었다. 재정 개선이 늦어지는 상황에서는 국채 투자자가 요구하는 위험 보상과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통화정책이 함께 자금 조달 부담을 높일 수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2026년 9월 16일 셀릭(Selic) 목표금리를 연 13.75%로 정해 17일부터 적용했다. 이 금리를 9월까지 12개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4.58%로 복리 조정하면 과거 물가를 반영한 실질금리는 약 8.77%다. 기업의 대출금리는 신용과 대출 조건에 따라 달라지지만 기업은 대출시장에서도 높은 정책금리에 따른 부담을 안게 된다. IMF의 2025년 분석에서도 정책금리 인상에 따라 시장에서 금리가 정해지는 대출의 금리가 상승했다.
기업이 차입으로 공장을 짓거나 기계를 사려면 투자에서 얻을 수익으로 이자와 원금을 감당해야 한다. 대출금리가 높을수록 기업은 같은 투자에서도 더 높은 수익을 내야 한다. 정부가 지출을 조정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국채시장과 통화정책을 통해 기업의 투자 여건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유다.
IMF는 2026년에도 지출 경직성 완화와 세입 확충, 조세 감면 축소를 통해 부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차입비용을 낮출 것을 권고했다. 룰라 정부가 늘어난 지원에 필요한 재원을 세입이나 다른 지출의 조정으로 확보하면 추가 차입을 줄일 수 있다. 정부가 그런 조정 없이 빚으로 지원금을 충당하면 지급 이후에도 이자 부담을 안게 된다. 이미 조정할 수 있는 범위가 좁은 예산에서 정부가 추가 지원에 필요한 재원을 차입에 더 의존할수록 다음 예산의 투자와 다른 사업에 쓸 여력도 줄어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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