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과학
태양광 패널 값 내리자 가계도 직접 전기 만든다
낮에 만든 전기를 밤에 쓰려면 저장장치 필요
전 세계 태양광 발전량이 사상 처음으로 원자력 발전량을 넘어섰다. 에너지 연구기관 엠버의 연간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태양광 발전량은 원자력 발전량을 근소하게 웃돌았다. 2025년 9월부터 2026년 8월까지 12개월간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력은 원자력으로 생산한 전력보다 약 13% 많았다. 2000년부터 2025년까지 원자력 발전량이 대체로 정체된 사이 태양광 발전량은 약 2,600배로 늘었다. 세계 발전량에서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약 1%에서 2026년 상반기 10%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높아졌다.
태양광이 이처럼 급성장한 데는 패널 가격의 가파른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0년 이미 여러 주요 시장에서 신규 태양광 발전이 석탄·가스 발전보다 비용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정책 지원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낮아지면서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하고 일조 조건이 좋은 곳에 설비를 설치한 사업자들은 특히 유리했다. 제조 기술도 발전했다. 제조 기업들은 웨이퍼를 얇게 만들고 발전 효율을 높여 같은 발전용량에 필요한 실리콘 사용량을 절감했다. 여기에 중국 제조 기업들의 대규모 증설과 공급 과잉이 겹쳤다. IEA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광 모듈 가격은 2023년 초 이후 절반 넘게 하락했다.
태양광 패널은 한 장에 100달러 미만으로 살 수 있을 만큼 저렴해졌다. 한 번 설치하면 별도의 연료비 없이 30년 이상 발전할 수 있는 장치를 구입하는 부담이 줄어든 것이다.
패널 가격이 하락하면서 발전사업자뿐 아니라 가계도 직접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기가 수월해졌다. 미국에서는 태양광·풍력·배터리 저장장치가 2024년과 2025년 새로 추가된 전력 설비 용량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2026년 9월 발표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동 중인 태양광 설비는 전체 가구의 3분의 1 이상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호주에서도 전체 가구의 3분의 1을 넘는 400만 가구 이상이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파키스탄에서는 가계가 비싸고 불안정한 전력 공급에 대응하기 위해 저렴한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가계는 자비로 중국산 패널을 구입했으며 대출 없이 구입할 수 있을 만큼 가격 부담도 낮아졌다. 전기요금 상승과 패널 가격 하락에 더해 수입 비용을 낮게 유지한 세제와 초기 설치자에게 유리했던 전력 상계 제도도 보급에 기여했다. 엠버의 연간 데이터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태양광 발전 비중은 2019년 2% 미만에서 2025년 21.4%로 높아졌다. 전력회사의 공급 확대를 기다리던 소비자가 필요한 전기의 일부를 직접 생산하기 시작했다.
물론 태양광 설비는 해가 지면 전기를 생산하지 못한다. 낮에 생산한 전기를 밤에 쓰려면 저장장치가 필요하다. 배터리 가격이 하락하고 공급이 풍부해 저장장치 보급도 확대됐다. IEA의 2026년 2월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배터리 저장 용량은 지난 5년간 20배 이상 늘었으며 2025년 저장용 배터리의 평균 가격은 2020년의 3분의 1로 하락했다.
저장장치를 결합한 태양광 발전도 비용 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일조 조건이 좋은 일부 지역에서 태양광과 배터리를 결합해 전기를 생산하는 데 드는 발전비용이 신규 화석연료 발전비용보다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 비용 비교에는 설비를 짓고 운영하는 동안 드는 비용과 발전량을 함께 반영했으며 자금 조달 비용과 필요한 공급 신뢰도에 따라 경제성에 차이가 난다.
배터리를 활용해 저녁 시간대 전력 공급을 늘리는 사례는 이미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태양광과 배터리를 함께 활용해 2026년 상반기 저녁 피크 시간대인 오후 7시부터 9시 사이 전력 수요의 평균 25% 이상을 충당했다. 낮에 생산한 잉여 전력을 저장했다가 저녁에 공급하는 하루 단위의 활용 방식은 상업적으로 정착하고 있다.
하루 안에서 전기를 옮기는 기능만으로 장기간의 발전 부족까지 해결되지는 않는다. 흐린 날이 이어지거나 겨울철 일조량이 줄면 배터리에 충전할 잉여 전력도 부족해진다. 엠버는 현재 배터리의 경제성이 주로 하루 단위 충·방전에 맞춰져 있다고 설명한다. 태양광의 공급 범위를 넓히려면 장기 저장과 함께 풍력·수력·원자력 등 부족한 시간대의 발전을 보완할 전원 조합이 필요하다.
가정에서 직접 쓸 전기를 생산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한편, 전력망에 연결하는 태양광 사업은 전력망의 수용 능력에도 영향을 받는다. IEA는 여러 지역에서 전력망 접속 대기가 길어지고 망 혼잡으로 발전설비의 출력을 제한하는 일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력망을 새로 짓는 데 걸리는 시간이 발전설비를 건설하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길기 때문이다. 기존 전력망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접속 방식을 개선하면 발전설비를 추가로 연결할 여지도 있다.
값싼 패널은 비싼 전기를 사 쓰던 가계에도 직접 발전할 선택을 열었다. 이렇게 늘어난 설비의 전력을 더 넓게 활용하려면 소비자가 필요한 시간과 장소에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저장장치가 저녁 공급을 늘리고, 전력망이 추가 발전을 받아들이며, 다른 전원과 장기 저장이 일조량 부족을 보완하는 만큼 태양광이 담당할 수 있는 전력 수요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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